
동행 “하나의 회사인데 DX·DS 갈라치기”…11월 5일 수원 본사 집회 예고
삼성전자가 창립 57주년 기념사를 반도체와 완제품 부문으로 나눠 전달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을 샀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명의의 통합 메시지도 없이 부문별 서신으로 창립기념사를 대신했다며, 실적에 따른 보상 격차가 회사의 일체감마저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30일 동행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창립기념사 분리 발표를 규탄하고, 오는 11월 5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중앙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노조는 별도 공지를 통해 회사에 공식 규탄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 창립 57주년을 앞두고 이날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 각각 임직원에게 기념사를 전달했다. DS는 반도체를, DX는 스마트폰·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는다.
동행은 규탄문에서 “삼성전자는 하나의 법인, 하나의 회사”라며 올해 신년사에 이어 창립기념사까지 부문별로 나뉜 점을 문제 삼았다. 회장 명의의 통합 메시지와 전사 기념식 없이 각 부문장의 서신으로 대체됐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이를 단순한 행사 간소화가 아니라 “실적 차이에 따른 보상 격차를 고착화하고 조직 내부의 연대와 소통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 창립기념사와 신년사 등 전사 메시지를 통합하고, 부문 간 차별 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이 회장의 별도 창립 메시지가 없었던 것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창립 56주년에도 이 회장은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으며, 전 부회장이 수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했다. 올해 달라진 지점은 전사 기념식 대신 양대 부문장이 각각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이다.
경영진의 메시지는 부문별 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기술과 품질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노 사장은 제품·원가 경쟁력 확보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을 주문했다.
■ DS는 106조5000억 이익, DX는 8000억 손실…보상·교섭 갈등으로
기념사를 둘러싼 반발의 배경에는 같은 회사 안에서 크게 벌어진 실적과 보상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모두 분기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DS가 영업이익 106조5000억원을 낸 반면 DX는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에서 DX의 부품 원가 부담을 설명했다. 모바일 사업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고, 생활가전은 판매 호조에도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익이 줄었다. 회사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행은 완제품 판매가 부품 사업과 전사 실적에 기여한 부분도 보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판매 확대는 경영진이 결정하고, 원가 상승의 부담은 직원이 져야 합니까?”라고 물으며 판매가격 정책과 수익성 확보 전략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을 요구했다.
창립기념일 선물을 둘러싼 불만도 드러냈다. 동행은 별도 공지에서 베네포유 5000원 상당의 선물이 결정됐다고 전하며 “통 큰 선물을 결정해 주신 경영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비꼬았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DX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현금성 보상안, DX가 참여하는 2027년 공동교섭 체계를 요구했다. 기념사 통합 요구가 보상과 교섭 참여 문제로 이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며, 지난 23일 대량보유보고서에 기재된 보통주 지분율은 특별계정 등을 포함해 8.57%다. 같은 보고서에서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80%를 보유한 사실상 지배주주로 기재됐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등기 회장이며, 사업 경영은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이 각각 맡고 있다.
11월 5일 수원 집회는 오후 4시40분 사전행사에 이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본집회가 진행된다. 동행은 현장에서 DX 구성원의 보상 요구와 공동교섭 참여 방안을 제시하고 향후 대응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