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대표이사 김중현)가 카드사 제휴 보험 콜센터 운영 과정에서 규제를 우회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전속 운영사의 비용과 이익을 보장하는 기존 계약을 ‘비정상적 계약구조’로 평가하면서도, 외부 업체와 ‘형식상 운영계약’을 체결하는 새로운 운영 방안이 제시됐다.
30일 본지가 입수한 메리츠화재 TM사업부문의 2022년 3월 22일자 경영보고자료 ‘3월 선데이보드’ 중 ‘TM 제휴채널 직접운영모델 도입안’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 전속 운영사 MFSC의 설립을 지원해 해당 시장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TM은 전화로 보험을 판매하는 영업 방식이다.

카드사 제휴 보험 영업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카드사는 보험 판매에 고객정보를 이용하는 데 사전 동의를 받고, 모집 자격을 갖춘 사람을 통해 전화로 보험을 팔 수 있다. 보험사의 자체 전화 영업도 가능하다.
문건이 제기한 문제는 카드사 대리점의 운영 업무와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맡는 구조다. 보고서는 ‘대리점 부당지원’ 위험을 설명하며 “카드사의 보험 판매 운영 역할을 원수사가 지원”하는 경우를 들었다. 원수사는 보험상품을 만든 보험사로, 지원 업무에는 고객정보 운영인력, 총무, 코치, 상담원 모집을 위한 외주계약 등을 열거했다.
이어 과거 운영을 돌아보는 대목에서는 “실제 운영사 역할(리쿠르팅, 교육 등)은 메리츠TM이 직접(사업가 본부장) 담당함”이라고 썼다. 요약에는 “당사는 ’17년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전속운영사(MFSC) 설립을 지원”했다고 명시했다.

비용 부담도 메리츠화재에 집중됐다. 보고서에 적힌 계약은 매출이 부진하면 MFSC의 임차료와 인건비 등 운영 비용에 더해 연간 2억원의 이익까지 보장하는 구조였다. 보고서는 이를 “손실은 메리츠가 보전, 이익이 나면 MFSC 획득”이라고 정리했다.
보고서가 집계한 MFSC 보전비용은 2018년 130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94억원, 2021년 50억원으로 합계 319억원이다. 특히 2018년에는 MFSC의 연간 손익이 128억원 적자여서 연 2억원 이익을 맞추기 위해 성과수수료 명목으로 130억원을 보전했다고 설명했다.
■ 손실 보전 계약 접고, 외부 업체와 “형식상 운영계약” 구상
법적 판단에서는 돈을 받은 업체의 자격과 실제 업무, 계약상 대가의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 보험업법 제99조 제1항은 보험사가 모집 자격이 없는 자에게 모집을 맡기거나 모집 관련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를 둔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인 카드사가 모집 과정의 비용이나 손실을 보험사에 부당하게 떠넘기는 행위도 같은 법 제100조 제3항 제2호가 금지한다.
다만 운영 지원이나 비용 지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항 위반이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MFSC의 등록 자격과 계약 내용, 카드사와 운영사의 역할 등을 따져야 한다. 보고서의 ‘규제 우회’라는 표현 자체가 당국의 위법 판단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보고서는 낮은 수익률과 비용 관리 실패, 계약구조 등을 이유로 MFSC를 활용한 직접운영모델을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새 방안으로 콜센터 좌석과 전산 등을 빌려주는 ASP 업체와의 계약을 제시했다.
새 방안의 목적은 “대리점 부당지원 등의 규제리스크를 회피”하고 신규 법인 설립 같은 대규모 투자를 피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외부 ASP 업체와 “형식상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운영인력을 ASP/운영사 업체 소속으로 우회하여 카드사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적었다.

이 구조에서도 메리츠화재 정규직 직원이 카드사 대리점의 상담원 도입·관리와 교육, 고객정보 배정 등을 맡도록 했다. 상담원 문제는 “소속(카드사), 채용 및 관리(당사)”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이 안에 대한 준법 리스크 검토를 요청했다. 사업부문 의견은 ASP 업체가 운영업체로 계약되므로 관련 위험이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보험사도 카드사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해보험협회 자율협정과 협회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직접운영모델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었다고도 적었다.
실행계획에는 2022년 3~5월 법적 검토를 거쳐 6월 초 광주, 9월 말 부산 제휴본부를 여는 일정이 담겼다. 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며, 지주의 최대주주는 올해 6월 말 기준 지분 58.41%를 보유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본지는 메리츠화재에 MFSC의 보험대리점 등록 여부와 319억원의 지급 근거, 상담원 등록 소속과 실제 관리 주체, 새 모델의 시행 여부 및 준법 검토 결과를 질의했다. 메리츠화재는 답변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