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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차별·보복해고 소송, ‘사내 조사보고서 내라’ 명령 뒤 합의 종결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로빈 타르노프스키 치안판사가 지난 7월 17일 내린 명령. 삼성전자 측에 사내 조사보고서 전체와 보고서가 인용한 문서를 모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사건번호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출처=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로빈 타르노프스키 치안판사가 지난 7월 17일 내린 명령. 삼성전자 측에 사내 조사보고서 전체와 보고서가 인용한 문서를 모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사건번호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출처=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한국 본사가 피고로 이름을 올린 미국 내 차별·보복해고 소송이 합의로 끝났다. 합의는 미국 법원이 회사에 사내 조사보고서 전체를 내라고 명령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한 신문을 허용한 뒤 이뤄졌다.

22일 미국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사건기록에 따르면 메리 케이 비스코실 판사는 지난 2일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소송 종결 명령을 내렸다. 양측은 합의를 서면으로 확정하지 못하면 11월 2일까지 소송 재개를 신청할 수 있고, 그때까지 신청이 없으면 같은 사안으로 다시 소송을 낼 수 없게 된다. 합의금 등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고는 삼성전자 미국법인 네트워크사업부에서 선임 영업이사로 일한 B씨다. 그는 2025년 6월 17일 인종에 따른 고용 차별을 금지한 미국 연방 민권법 조항 등을 근거로 소송을 냈다. 피고는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삼성전자 본사다.

B씨는 소장에서 직속 상사인 수석부사장(SVP) A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히스패닉(중남미계)인 B씨와 또 다른 히스패닉 동료에게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해고하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한다.

외모와 성적인 조롱도 있었다고 B씨는 주장했다. A씨가 동료들 앞에서 B씨의 몸무게를 놀리며 살을 빼려면 항암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팀 회의에서는 B씨가 고객에게 성적인 호의를 베풀어 실적을 올렸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소장은 적었다.

소장에 따르면 B씨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회사에 이 문제를 알렸다. 회사 조사는 약 6개월이 걸려 2024년 5월께 끝났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24년 7월 26일께 B씨는 해고됐다. 회사가 내세운 이유는 구조조정이었다.

B씨는 구조조정은 핑계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 뒤로도 계속 회사에 다녔고 무거운 징계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 소송의 피고가 아니다.

합의에 앞선 몇 달 동안 법원은 증거 공개 절차에서 회사 측 자료 제출과 임원 신문을 잇따라 결정했다. 법원은 지난 6월 24일 한국 본사의 고위 임원 C씨를 한국 낮 시간에 맞춰 최대 7시간 화상으로 신문하도록 했다. 같은 결정에서 원고에게도 2016년 이후 의료기록을 내라고 명령했다.

이어 7월 17일 로빈 타르노프스키 치안판사는 회사에 사내 조사보고서 전체와 보고서가 인용한 문서를 모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회사가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낸 입장서에서 이 보고서를 인용한 만큼, 보고서가 사실관계를 넘어 법적 판단까지 담고 있어 원고가 검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8월 28일에는 원고 실적 관련 문서를 내라고 명령하고, 원고 측이 A씨를 상대로 해고 결정 경위 등을 신문할 수 있게 했다. 양측은 이후 합의 협상에 들어갔다. 법원은 9월 15일 협상을 위한 소송 중지를 승인했고, 조정 기일이 열린 10월 2일 종결 명령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회사가 잘못을 인정한 합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회사가 뭐가 잘못을 해서 합의를 한 게 아니라 합의를 하라고 미국 법원이 얘기를 했다”며 “법원의 명령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이 잘못이 있다 없다를 얘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기록을 보면 법원은 소송 초기인 2025년 8월 20일 사건을 법원 조정 절차에 자동으로 회부했다. 다만 사건기록에서 법원이 합의 자체를 명령한 문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종결 명령은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통지를 근거로 내려졌다.

본지는 삼성전자에 A씨가 현재도 회사에 재직하는지, 사내 조사에서 의혹이 어떻게 판단됐고 징계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직 여부에 대해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본인이 동의할지 모른다”며 “확인은 해 보겠다”고 했지만,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을 내놓지 않았다.

법원이 제출을 명령한 사내 조사보고서의 결론은 합의로 소송이 끝나면서 공개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원고의 주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했고, 회사가 어떤 조사 결과를 냈는지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이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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