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50대 남성이 불구속 재판 도중 해외로 도주한 가운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해외로 도주해 책임을 회피했고 피해자들의 고통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 사건에서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을 내렸다.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다가 재판 계속 중 해외로 도주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고통이 기약 없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이르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사기죄는 한 건당 징역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에게는 피해자 89명에 대한 여러 건의 사기 범행이 함께 인정됐다.
형법은 여러 범죄를 한꺼번에 처벌할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 상한을 최대 1.5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은 최대 15년이 됐다.

문제의 사업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532 일대에 1230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며 추진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하지만 토지사용권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고, 구로구청의 2026년 현황에서도 ‘사업 중단’ 상태로 분류돼 있다.
피해자 측이 파악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약 470억원에 이른다. 앞선 재판에서는 이 가운데 피해자 402명에 대한 206억원 규모의 사기 피해가 인정됐다. 이번에 재판을 받은 A씨는 업무대행사 대표 B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피해자 89명으로부터 계약금 등 총 47억25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가 인정됐다.
당시 조합원 모집 홍보관에서는 사업부지가 80%가량 확보됐고 2020년이면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됐다. 그러나 실제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2016년 11월 말 17.42%, 12월 말 18.42%에 불과했다.
A씨는 사업 초기 업무대행사 설립자금 3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회사 주식 60%를 갖고, 일반 조합원 1세대당 업무대행비 2500만원 가운데 1500만원을 배분받기로 약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함께 범행에서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89명을 모집한 대가로 A씨가 취득한 이익만 13억3500만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앞서 같은 사업으로 별도 재판에 넘겨진 B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으로 감형됐고, 202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약 10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다”며 A씨가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은 A씨가 지난 7월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앞서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피해자 대표는 이후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서 “피고인이 해외로 도주했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정의까지 해외로 도망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엄벌을 요청했다.
피해자 대표는 뉴스필드와 통화에서 “중형이 나와 다행이지만, 우리가 원했던 건 애초에 해외 도피를 못 하게 막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법원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등을 통해 A씨의 신병 확보와 국제사법공조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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