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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준 대표이사 사장 ⓒ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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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벌 듯, 트럼프 만세” 에쓰오일 단톡방…’유가 담합’ 기소 HD현대오일뱅크, 송명준 대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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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HD현대

현대오일뱅크, 부서장 구속·’증거인멸’ 혐의까지…4사 대표 전원 빠져

전쟁 한 달여에 정유4사 영업익 5조… 담합 주도 2사(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1분기 합산 ‘2조 잭팟’ 현실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올해 1분기, 유가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사들이 한 분기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한 SK에너지(1조2천832억원)와 HD현대오일뱅크(9천400억원)는 1분기 합산 영업이익만 2조2천억원을 넘겼다. 검찰이 산정한 두 회사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천억원, GS칼텍스와 에쓰오일까지 포함한 경쟁 제한 효과는 26조원에 이른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는 검찰이 담합 주도 세력으로 지목한 데 이어 가격결정 부서장이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돼, 이번 사건에서 유일한 구속 피고인이 됐다. 반면 함께 기소된 개인은 부서장과 법무실장, 부문장 등 임직원에 그쳤고, 정유 4사 대표이사는 모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8일 정유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유 4사가 지난 5월 낸 1분기 보고서를 보면 SK에너지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조2천8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1천717억원 영업손실을 낸 회사가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별도기준 9천400억원(연결 9천3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천131억원)의 1.8배를 한 분기에 벌어들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결정 책임자들이 전쟁 직후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맞췄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뒤따르면서 유가가 단기간에 폭등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이 상당량의 원유를 미리 비축해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었는데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로 공급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30∼40원 높은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두 회사가 함께 유가를 올렸고, 202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격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봤다.

검찰은 6일 4대 정유사 법인과 임직원 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담합 혐의로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2개사 법인과 오일뱅크 가격결정 부서장 A씨가 대상에 올랐다. A씨는 앞서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책임매니저 B씨도 함께 기소됐다. 반면 SK에너지 부서장 C씨는 검찰이 수사 협조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아, SK에너지에서는 개인 기소자가 나오지 않았다.

■ 전쟁 한 달여가 뒤집은 실적

정유사들의 이익이 급증한 배경은 회사가 스스로 밝혀놨다. HD현대오일뱅크는 분기보고서에서 국제유가(두바이유)가 1월 배럴당 62달러에서 2월 68달러로 오른 뒤 “2월 말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했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해 3월 12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월과 2월 초까지 약세였던 정제마진이 전쟁이 터진 2월 말 이후 한 달여 만에 강세로 돌아서면서 분기 실적을 통째로 흑자로 밀어 올린 것이다.

이익이 늘어난 정유사는 두 곳만이 아니다. 에쓰오일은 1분기 연결 영업이익 1조2천311억원으로 전년 동기(21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GS칼텍스는 1조6천36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천161억원)의 약 14배를 기록했다. 네 회사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합치면 5조원에 이른다.

반면 소비자가 낸 값은 기록적으로 뛰었다. 올해 3월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천836원으로 1년 전보다 147원 올랐다. 정부는 유가 폭등에 대응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과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및 과잉수출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라 3월 13일부터 휘발유·경유·등유의 공급가 최고액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수출물량 제한과 매점매석 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정유사들은 “해당 규정을 준수해 공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잭팟’의 종착지는 결국 대주주… 구조적 폭리 논란

올해 1분기 담합과 전쟁 특수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이 결국 서민 물가 안정보다는 대주주의 배당 주머니를 채우는 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실적이 악화된 시기에도 거액의 배당을 강행한 전례가 있다. 공시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실적이 급감했던 2024년 한 해 연결 순이익이 1,090억 원에 그쳤음에도, 같은 해 현금흐름표상 배당금으로 순이익의 약 5배에 달하는 5,375억 원을 지급했다.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주주에게 보낸 셈이다. GS칼텍스 지분은 지주사인 GS에너지와 미국 셰브런 측이 50%씩 나눠 갖고 있다.

다른 정유사들도 이익의 종착지는 명확하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국영 아람코 계열이 지분 63.41%를 보유하고 있으며,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이 100%를, HD현대오일뱅크는 정몽준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HD현대가 73.85%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공개한 SK에너지(대표이사 김종화)와 HD현대오일뱅크(대표이사 송명준·정임주)는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그룹 수익의 핵심 축으로서 ‘배당 재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유가에 허덕이는 서민 경제와는 대조적으로, 정유사들의 담합 수익이 국외 자본과 국내 재벌가로 고스란히 흘러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 검찰 ‘전량구매 갑질·증거인멸’ 정조준…회사 “담합 아닌 시장연동” 반박

검찰은 가격 인상 외에 정유사들의 거래 관행도 문제 삼고 있다.

4대 정유사가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으로만 제품을 사도록 했으며, 다른 회사 석유를 공급받는 주유소에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압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계약 구조를 유지해온 4개사 법인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증거인멸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D씨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계획을 미리 알고 다른 정유사 가격정보를 취합한 자료를 삭제하고,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E씨는 가격결정 회의 자료를 공유한 사내 대화방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조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모두 검찰의 수사·기소 단계 주장으로,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만큼 관련 회사와 임직원은 무죄로 추정된다. 정유사들은 국제 기준가격에 연동해 값을 매겼을 뿐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며, 특히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경쟁사 가격을 참고했을 뿐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한다.

이에 검찰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지표(MOPS)가 20원 이상 떨어졌을 때도 값을 올리거나 동결한 사례가 많다고 맞선다. 정작 검찰이 확보했다고 밝힌 사내 메신저에서 전쟁 직후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라는 대화가 오간 곳은, 담합 혐의 기소를 비켜간 에쓰오일이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개인은 가격결정 부서장과 법무실장, 국내영업 부문장 등 실무·임원급이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4개사 모두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다만 SK에너지는 유가 급등기였던 지난 3월 24일 대표이사가 김종화 체제로 교체돼, 담합 의혹이 제기된 시기의 지휘부와 현 경영진은 다르다.

이번 수사는 유가 폭등 직후인 3월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 부당한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검찰은 같은 달 4대 정유사와 한국석유협회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해, 지난 6일 기소로 마무리했다.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정유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회사가 스스로 밝힌 사실이다. 그 이익이 담합에서 비롯된 것인지, 시장 변동에 따른 결과인지가 이제 재판의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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