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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사업장 연석회의 등 참가자들이 재단 이사장의 'AI 소멸 직종' 발언을 규탄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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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용보증재단 AI 논란, 콜센터 노동자 “직종 소멸 핑계로 정규직 전환 회피” 규탄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사업장 연석회의 등 참가자들이 재단 이사장의 'AI 소멸 직종' 발언을 규탄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사업장 연석회의 등 참가자들이 재단 이사장의 ‘AI 소멸 직종’ 발언을 규탄하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 콜센터 노동자들이 재단 이사장의 ‘AI 소멸 직종’ 발언에 반발하며 5년 넘게 미뤄진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참가 단체들은 이사장의 발언이 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부적절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즉각적인 사과와 노사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사업장 연석회의,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정보인권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앞에서 차가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최항도 서울신보 이사장이 상담업무를 “AI로 곧 소멸되는 직종”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고용 불안을 가중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 정규직 전환 약속 불이행 비판, AI는 핑계인가

기자회견은 5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 재단의 정규직 전환 약속 불이행과 AI 기술을 고용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공공기관장의 인식을 비판하는 성토장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이사장의 발언이 상담 노동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폄하하는 것은 물론, 민간위탁 유지를 정당화하려는 ‘직종 소멸’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지시가 내려간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재단은 기본 절차인 협의기구조차 꾸리지 않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이사장의 ‘소멸 직종’ 발언은 기술 때문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상담노동자들이 지켜온 것은 단순 민원 응대가 아니라 시민의 생존과 재기이며, 이를 소멸될 직종으로 치부하는 것은 공공서비스 자체를 흔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현장 당사자인 임지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재단 이사장의 발언에 깊은 울분을 토로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임 지부장은 “12년 동안 재단의 ‘얼굴’ 역할을 해온 우리에게 이사장은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며 재단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2020년 서울시의 직접고용 결정 이후에도 재단이 5년간 단 한 번의 협의 없이 정리해고만 단행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지부장은 “AI가 발전해도 상담업무는 정책을 이해하고 시민에게 공감하며 안내하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공공서비스”라고 상담 노동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어 “최항도 이사장의 즉각 사과와 노사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타 사업장 및 전문가, 공공기관의 AI 책임 있는 도입 촉구

다른 사업장 상담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둘러싼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국민은행 등 훨씬 고기능의 AI를 도입한 기업들도 상담사를 자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재단의 무책임한 인식을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AI 도입 이후에도 시민들이 겪는 불편 사례, 이른바 ‘AI 뺑뺑이’를 언급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백소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 부지회장은 오세훈 시장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서울시 책임론을 제기했다. 백 부지회장은 “AI는 보조 수단일 뿐 복잡한 민원과 절박한 시민의 사정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을 빌미로 노동력을 축소하는 행위가 결국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입장으로 나선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AI 도입의 책임을 기업에 돌렸다. 장 상임이사는 “일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직장에 도입되는 AI에 대해서는 회사가 반드시 노동자 및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합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AI 도입 시 노동자의 고용, 노동강도, 개인정보 등에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한다고 법적·제도적 책임 이행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시에 정규직 전환 약속 즉각 이행, 노사전 협의체 즉각 구성, AI 인력 감축 논리 철회 및 공공서비스 책임 이행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강력히 전달했다. 이들은 “기술을 핑계로 노동을 줄이고 약속을 파기하면서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며 투쟁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다.

서울시가 공공성을 인정했던 사안이 AI 기술 도입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면서 노동자 고용 안정성 확보 여부가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공기관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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