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상법상 최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3%룰’이 결과적으로 최윤범 회장 측 현 경영진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지분 41.13%를 확보한 영ㅂ풍·MBK파트너스 연합은 감사위원 선임에서 법상 최대 6% 범위에서만 표를 행사할 수 있었고, 최 회장 측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는 81.8%의 찬성으로 선임됐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단국대 교수는 509만2815주의 찬성을 받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전 APG 신흥시장주식부문 대표는 173만9065주, 27.9%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같은 주총에서도 감사위원 선임에 들어가자 쓸 수 있는 표는 크게 줄었다. 3%룰이 적용되지 않은 안건에는 1864만9708주가 출석했지만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출석 의결권은 622만5934주에 그쳤다.
공시 수치를 역산하면 감사위원 선임에서 인정된 의결권은 약 752만주로,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2039만3200주의 약 36.9%다. 반대로 약 63.1%는 감사위원 선임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유는 상법상 3%룰이다.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쳐 3%까지만 표를 행사할 수 있고,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는 각각 3%까지 인정받는다.
고려아연 반기보고서상 최대주주 YPC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2.88%,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8.25%다. 두 블록을 합치면 41.13%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YPC 측이 합산 3%, MBK 측이 별도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영풍·MBK의 표가 크게 줄면서 승부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기관투자자 등 제3주주에게 넘어갔다. 이번 표결에서는 최 회장 측 이사회가 추천한 백 후보가 선임되면서 결과적으로 현 경영진 측이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3%룰은 최대주주가 감사위원까지 장악하는 것을 막아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제도다. 그러나 고려아연처럼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는 회사에서는 최대주주가 오히려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도 최대주주의 표가 강하게 제한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역설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최 회장 측이 법을 위반하거나 제도를 악용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백 후보 역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이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도 감사위원과 이사 선임이 예정돼 있어 3%룰이 다시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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