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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금속노조] 중대재해 사망자 산재승인 판정에도 사과 거부 포항 현대IMC 규탄 기자회견문

일하다 죽은 노동자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6일간 72시간 일 시킨 현대제철과 현대IMC, 사망 후엔 외면과 책임회피
산재 승인되어도 사과와 보상 논의조차 않겠다는 철면피 회사
근로기준법 위반 고발·기소의견 검찰 송치에 내놓은 대책은 중기부 외주화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악 추진에 살인기업은 위풍당당

지난 3월 24일, 최대 6일간 72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던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수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현대제철과 도급계약 관계인 과거의 협력사, 현재의 자회사(현대IMC)에서 28년간 크레인 운전을 해온 현대IMC 노동자(66년생)의 죽음에 대한 산재신청이 10월 7일 최종 승인되었다. 고인이 일했던 중협압연 가열로에는 두 대의 크레인이 있었지만 지난 20여년동안 한 대에만 4조3교대, 4명의 노동자가 배치되어 두 대의 크레인을 운전해왔다. 노동자들은 인력충원 요구를 수차례 거듭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현대IMC의 인력충원은 원청사인 현대제철의 허락 없이는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번 죽음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한 기업의 욕심으로 인한 기업살인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2018년 7월 1일 위반 시 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고, 2022년 1월 27일에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도급계약 시 원청사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확보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들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중단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고인은 계장이라는 직책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족과 함께 식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할 정도로 일만 하다가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현대IMC지회는 고인의 죽음 이후 고인과 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작업중지와 임시 특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작업은 잠시도 중단되지 않았고 동료를 잃은 정신적 충격과 그동안의 과로로 인한 건강의 우려 속에서도 고인의 동료들은 고인의 빈자리까지 채우기 위한 장시간 노동에 또다시 내몰려야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원청사인 현대제철의 장소 비협조로 진행되지 못했다. 4월 8일 중대재해가 될뻔한 압착사고가 중기부에서 또 발생했다. 지회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다시 요구했지만 현대제철의 장소 비협조로 회의는 또 다시 진행되지 못했다. 지회는 4월 14일 주 52시간 근무 위반으로 사측을 노동부 포항지청에 고발했다. 고발된 사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사측은 인력충원 등의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없이 적반하장으로 중기부를 외주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사측은 위험성 평가와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에 지회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노동 안전의 직접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현대IMC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안전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대제철, 현대차, 현대BNG스틸에서 연이어 발생한 중대재해는 현대자동차 자본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기업의 생산과 이윤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고인의 죽음 이후 지금까지 현대제철과 현대IMC의 대표이사 그 누구도 유족들을 찾아가지 않았다.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사망원인 미상을 단순한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이게 만들어 장시간 노동 강요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유족들은 부검을 선택했고 고도의 심장동맥경화증(급성심근경색증 가능성 포함)이라는 사망원인도 확인되었다. 이후 유족들의 산재신청을 했고 재해조사를 하는 과정에 사측은 부족한 인력으로 보장되지 않았던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을 제출하는 몰염치한 행동까지 했다. 9월 29일 대구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후 산재 결과를 앞두고 지회는 산재승인이 되면 유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고 실무와 교섭에서 두 차례 요구했지만 사측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2021년 대한민국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080명으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산재 사망자 2080명 중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1252명이고 그 중 과로사(심혈관질환)이 509명이다. 과로사의 경우 산재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고 산재승인율도 40%가 되지 않아 실제 과로사하는 노동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노동시간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노동시간 유연화와 장시간 노동을 권장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령 개악을 통해 처벌대상과 적용범위를 축소하려 들고 있다. 올해 초 법이 시행되었지만 9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사망사고는 5.9% 감소에 불과하고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사망 노동자가 10명이 증가했다. 법을 적용한 사건 104건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4건, 실제 기소는 단 한 건밖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대재해를 막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악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기업에게 살인 면허를 주겠다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으로 기업의 민원창구 역할을 자청하자 살인기업은 더욱더 위풍당당해하고 있다. 협력사에서 자회사로 전환되었지만 일하다 죽고 다치는 것과 일하다 죽어도 사과와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비참한 죽음이 반복되는 것은 협력사일 때와 다르지 않다.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현대IMC지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노동자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우선되는 노동현장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기업은 전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의 요구에 빠르게 답하기를 촉구한다.

-살인적 장시간 노동의 책임자를 엄중 인사 조치하고 유족과 조합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지회와 함께 주 52시간 노동위반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실질적인 2인 1조 작업을 위한 인력을 충원하라!
-노사 안전점검을 정례화하고 설비투자 및 안전보건 예산 확충과 지회의 노동안전 활동 시간을 보장하라!

2022년 10월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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