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책임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이 비극적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처벌 수위가 극명하게 갈렸다.
결국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은 형사 책임을 피했다. 현장 실무자들에게는 실형이 선고되면서, 대형 참사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 회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4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관련자들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는 사고 발생 4년 2개월 만에 내려진 최종 판결이었다.
이들은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2021년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을 무너뜨려 정차 중인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 원청은 집행유예, 하청은 실형…책임 소재 무게 달라
원청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현장소장 서모 씨(61)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다. HDC현산 안전부장 김모 씨(60)와 공무부장 노모 씨(57)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반면, 직접 해체 작업을 담당했던 하청·재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백솔기업 대표 조모 씨(51)는 징역 2년 6개월,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 씨(32)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또한, 감리사 차모 씨(64)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다원이앤씨 현장 대표 김모 씨(53)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법인인 HDC현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을 유지했다.

■ HDC현산 ‘경영진 책임 회피’ 논란…시민단체 “정몽규 회장, 사퇴 후에도 지배”
2022년 3월 22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민주노총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학동·화정동에서 연이어 발생한 붕괴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당시 단체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경영진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몽규 전 현산 회장이 광주 화정 참사 이후 책임을 진다며 회장직을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주회사인 HDC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경영진의 책임 회피 논란에 불을 지피는 핵심적인 지적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산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며, 회사가 건설 안전·품질관리에 대한 쇄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은 부실 공사의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진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 대법원, 원청의 안전 관리 의무 명확히 판시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도급 관계에서의 원청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관해서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안전 관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인정하되, 현장 작업의 직접적인 과실은 하청업체에 있음을 구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대법원 판결은 건설 현장에서의 원청과 하청업체 간 책임의 무게를 명확히 구분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다만, 원청 기업 관계자들의 집행유예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