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두고 발주사가 공사 지연과 설비 하자를 문제 삼았다. 양측이 올해 분쟁 해결에 합의한 가운데, 폴란드 정부는 최근 발주사 측 투자 결정과 사업 관리 과정의 부정 의혹을 다룰 공개 보고서 작성을 예고했다.
2일 현대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와 폴란드 PAP통신의 지난달 29일 보도 등에 따르면 보이치에흐 발춘 폴란드 국유재산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 RMF FM과의 인터뷰에서 폴리체 사업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가 나오고 있다며 공개 보고서 작성을 예고했다.
이 사업은 폴란드 화학기업 그루파 아조티 계열의 그루파 아조티 폴리올레핀스가 발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장 설계부터 자재·설비 조달과 시공까지 맡았다. 생산시설과 항만 등 부대시설을 갖추는 사업으로, 회사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수주총액은 1조3785억2000만원이다.

발주사는 지난해 12월 30일 공식 발표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정해진 기한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사 지연 등에 따른 위약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며, 시공 시설과 납품 자재·설비·문서의 하자에 대한 보수 또는 교체를 요구하는 중재도 제기했다.
양측 분쟁은 공사 지연에 따른 책임과 시설·설비의 하자 여부, 손해배상 범위 등을 둘러싼 계약상 다툼이다. 발주사 측 주장이 중재 절차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발주사를 상대로 중재를 제기했다. 회사는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발주처가 청구한 계약이행 보증금을 지급했으며, 이후 구조조정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비상장사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1.72%를 보유한 2대주주다.
■ 시공 책임 공방과 발주사 투자·경영 의혹은 별개
이번에 폴란드 정부가 예고한 보고서는 사업 추진 과정의 부정 의혹을 다루는 것이다. 발춘 장관은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과 향후 전망 악화를 경고한 자문 분석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책임 소재와 관련해 경영진과 정치인을 함께 거론했다.
PAP는 그루파 아조티 경영진이 지난 9월 초 사업 추진 과정의 부당한 지출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신고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신고에는 2021~2023년 사업 진척도나 운영 능력에 비해 간부급·마케팅 인력이 불필요하게 확대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이러한 발주사 측 투자·경영 의혹을 현대엔지니어링의 비리 혐의로 옮겨 볼 수는 없다.
폴란드 국유재산부가 지난달 1일 의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는 공장 정상화 문제도 담겼다. 국유재산부는 그루파 아조티 측 설명을 인용해 설비 고장과 장기 가동 중단으로 수익 창출 능력이 훼손됐으며, 수리와 재가동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답변서 작성 당시의 상태다.
답변서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계약이행 보증금으로 확보한 자금을 수리에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고, 이를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그루파 아조티도 필요한 재무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양측 분쟁은 합의를 통한 조정 절차로 넘어갔다. 그루파 아조티는 지난 4월 1일 현대엔지니어링과 합의해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중재기관에 제기한 상호 청구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합의는 사업회사를 폴란드 에너지기업 오를렌(ORLEN)에 매각하는 절차와 연결돼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반기보고서에서 양측 합의에 따라 중재 절차가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관련 내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했으며, 구조조정 절차와 당사자 협의 결과에 따라 관련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