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전임 경영진이 추진했던 외형 확장 전략의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이창권 전 대표 시절 출시된 ‘쿠팡 와우카드’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2025년 말)로 인해 매출 급감과 대량 해지 사태를 유발하며 건전성 관리의 뇌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업계 4위로 순위가 하락한 KB국민카드로서는 내실 다지기와 리스크 방어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 김범석 의장 불출석에 ‘불매’ 확산…쿠팡 매출 30% 증발
6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쿠팡발 악재는 단순한 ‘카드 해지’를 넘어 실질적인 ‘소비 위축’으로 전이되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 3,370만 개 계정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2025년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쿠팡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933억 8,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발표 직전 5일(1,331억 4,800만 원) 대비 무려 29.9% 급감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붕괴’다. 일시적으로 반등하던 매출은 12월 중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불출석 논란이 불거진 직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개인정보 유출 자체보다 사태 대응 과정에서 누적된 불신이 소비 위축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소비 위축은 ‘와우카드’를 실적 방어의 보루로 삼았던 KB국민카드에 치명타다.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유출 공지 이후 와우카드 해지 건수는 이전 대비 하루 평균 약 7배(600%) 폭증했다. 지난 2025년 9월 기준 발급 200만 장을 돌파하며 신규 회원 유입을 이끌던 효자 상품이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 2025년의 굴욕…현대카드에 다 내줬다
쿠팡 사태 이전, 김 사장이 받아든 ‘2025년 경영 성적표’ 역시 낙제점에 가깝다. 이창권 체제에서 누적된 부실과 경쟁력 약화가 수치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신용카드사 전체 회원 수는 ▲신한카드 약 1,454만 명 ▲삼성카드 약 1,344만 명 ▲현대카드 약 1,300만 명 ▲KB국민카드 약 1,285만 명으로 집계됐다. 회원 수 기준으로 신한·삼성·현대·KB국민카드가 1~4위를 형성하며, KB국민카드는 7월 이후 현대카드에 역전된 뒤 4위에 머물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신용판매’ 실적이다. 2025년 3분기 누적 신용판매액(일시불+할부)에서 KB국민카드는 101조 5,976억 원에 그치며 ‘빅4’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는 132조 6,252억 원을 달성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 타사가 거절한 ‘쿠팡 카드’…예견된 출혈과 전략의 부재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와우카드는 출시 2년 만에 200만 장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에 기여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비용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지만, 쿠팡처럼 이용 규모가 압도적인 플랫폼과의 계약에서는 카드사가 과도한 비용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 와우카드 출시 전 KB국민카드 외에도 여러 카드사와 논의가 있었지만, 손익을 상당 폭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거절한 바 있다”며 “강력한 페이백 혜택의 상당 부분을 KB국민카드가 부담하는 구조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타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한 계약을 KB국민카드가 무리하게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KB국민카드의 영업 전략 부재와 맞물려 위기를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가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 정리에 집중하는 방어적 전략에만 몰두할 뿐, 신용판매 본업에서는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신용판매로 규모의 경제를 만든 뒤 카드론·현금서비스로 이익을 확보하는 구조라 부실 관리가 핵심”이라며 “연체율을 얼마나 낮게 유지하느냐가 수익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KB국민카드는 고비용 마케팅과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빠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수익성·건전성 ‘이중고’…김재관의 ‘결자해지’ 가능할까
수익성 지표도 악화일로다. KB국민카드의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급감했다. 신용판매,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주요 본업 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발목을 잡는 건 역시 ‘건전성’이다. 2025년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5,478억 원으로 현대카드(3,342억 원)보다 2,000억 원 이상 많다. 한국신용평가 기준 2025년 3월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6.4%로 업계 평균(4.9%)을 크게 웃돈다.
김재관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 한 해 동안 부실채권 매각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으나, 전임자가 남긴 ‘쿠팡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라는 파고를 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강조한 ‘내실 경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쿠팡 사태로 인한 신뢰 하락을 조기에 수습하고, 신용판매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