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주거·민생·금융소비자 단체 “민생 법안 쌓여있는데… 자유한국당 이럴거면 방 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금융소비자연대회의, 주거권네트워크 등 30여개 중소상인·주거·민생·금융소비자 단체들은 24일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내몰아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즉각 국회에 복귀해 전월세세입자 및 중소상인보호법, 통신비 부담 완화법, 가계부채 고통완화법 등 ‘진짜’ 민생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대표는 “지금의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는 국민 절반에 달하는 전월세 세입자들이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주거단체들이 전월세 세입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계약갱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무려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고 외쳤다.
최 대표는 “국회가 주임법 개정을 미루는 사이 해외에서는 최소 5년, 또는 무제한으로 세입자의 계속거주권을 인정하는 입법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상가임대차보호법조차도 작년에 개정되어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면서 “이미 20대 국회에도 여야 의원들이 30여개가 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제출했지만, 20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최창우 대표는 “주임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야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특히 크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에서 주임법이 논의될 때마다 자유한국당은 ‘임대료가 올라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법 통과를 막아왔고 이러한 논리를 지난 해 상가법이 처리될 때도 반복했다. 그러나 작년에 상가법이 통과되었지만 임대료는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주임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주거세입자들의 전월세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진짜’ 민생법안이라며 내세우고 있는 법안 중 하나인 부동산 가격 공시법은 최소한 집을 1채 이상 가지고 있는 절반의 국민만을 위한 ‘반쪽 짜리’ 법안”이라며 “부동산을 통한 자산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집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을 민생법안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집도 없이 전월세를 전전하는 절반의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들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오는 24일이면 국회가 4월 5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개점휴업에 들어간지 꼭 8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소집 요구로 6월 임시국회가 개원하긴 했으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불참함에 따라 의사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분노했다.
백주선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임기 9년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소위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고수하며 가계부채를 크게 증가시켰다.”며 “가계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계속 증가해 국내총생산에 맞먹는 1,540조원 수준이며,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가 약 30만 가구에 이를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여러 금융소비자단체들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20% 이내로 최고금리 인하(이자제한법), 채무자대리인제도 확대 및 죽은 채권 부활금지(채권추심법) 등을 요구해 왔지만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진정 민생을 걱정한다면 즉각 국회로 돌아와 가계부채 문제해결을 위한 법안들을 20대 국회 내에 처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 이후, 면책(免責)이나 폐지(廢止)로 인해 종료되지 않은 동법 시행 전 회생신청 건에 대해서도 변제기간을 3년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일명 ‘채무자회생법 부칙개정안’을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채무당사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국회가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처장과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도 “자유한국당은 현재 중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움이 모두 최저임금 때문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중소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면서 “롯데, 신세계와 같은 재벌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지역상권 진출 문제, 재벌유통점이 운영하는 온라인 시장으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 재벌유통점본사와 납품업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갑질 불공정 문제 등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중소자영업자들의 미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규 처장은 “최저임금 때문에 중소상인·자영업자들 다 죽는다는 자유한국당이 왜 유독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출, 가맹점과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 갑질 문제에는 침묵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대리점법’, ‘가맹점법’ 처리에는 왜 그렇게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광 회장은 “자유한국당은 지금이라도 빨리 국회에 복귀해 중소상인들을 살리기 위한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 핑계를 댈 시간에 추경안 처리와 중소상인 물류협동조합, 지역상품권 활성화 등 중소상인들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제1야당이자 민생정당으로서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정기만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장은 “얼마 전 황교안 당대표가 민생투어를 한다며 우리 제화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성수동 제화거리를 찾아왔다.”면서 “제화노동자들은 30만원 짜리 수제화를 팔면 백화점과 홈쇼핑, 원하청업체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약 7-8천원 내외의 공임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화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소사장제’라는 제도 때문에 독립적인 자영업자로 취급받아 최저임금이나 4대보험의 적용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국회 앞에서 유통점과 원청의 수수료를 3%만 낮춰서 제화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외친 바 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제화노동현장을 찾아 한다는 소리는 황당하게도 ‘최저임금이 올라 제화업체들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정기만 지부장은 “최소한 민생투어를 하려면 해결방안은 고사하고 그 현장의 문제점은 제대로 알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 문 닫고 현장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제화노동자들의 현실과는 관련없는 최저임금 얘기라니,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제화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해결할 의지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생색내기 민생투어를 접고 빨리 국회에 복귀하여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에나 충실하라”면서 “그들이 진정 제화노동자들을 위한다면 재벌유통점, 홈쇼핑 업체들이 40%에 달하는 제화 품목의 수수료를 다른 잡화품목과 비슷하게 딱 3%만 낮출 수 있도록 설득하고 중재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발언을 마친 후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국회 파행을 규탄하고 ‘진짜 민생입법’의 처리를 촉구하면서 항의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자유한국당 당사에 전달했다.
또한 기자회견 직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민생입법 처리를 위한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히며, 빠른 시일 내에 중소상인·주거· 민생·금융소비자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이번 주에도 국회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항의행동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