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종근당 오너 3세인 이주원 상무(1987년생)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족회사 벨에스엠이 80% 이상의 내부거래로 축적한 자금을 투입해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취득했고, 직후 이 상무가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장남 중심’의 승계 구도가 공식화된 형국이다.
승계 자금줄인 벨에스엠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상무의 2020년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유포 사건과 부친 이장한 회장의 ‘갑질 논란’ 등 도덕적·법적 결함이 재조명되며, 지배력 확대에 걸맞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업계에 따르면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장남인 이주원 상무를 중심으로 한 지배력 강화 작업이 ‘벨에스엠 지분 취득’과 ‘초고속 승진’이라는 투트랙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지분 확보 직후 ‘임원 배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승계 타임라인
이번 승계 작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가족회사의 지주사 지분 매입과 오너 3세의 임원 승진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승계의 핵심 ‘키’인 비상장 계열사 벨에스엠은 이 상무가 정식 임원(이사)으로 승진하기 직전인 2024년 12월 11일 장내 매수를 통해 종근당홀딩스 주식 90주를 신규 취득하며 주주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벨에스엠은 보고서 제출 당일인 16일에도 100주를 추가 매입해 총 190주를 확보했다.
이러한 지분 확보 움직임 직후, 이 상무의 직급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 상무는 2024년 종근당바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벨에스엠의 지분 취득 직후인 2025년 1월 종근당 개발팀 이사로 승진하며 정식 임원 배지를 달았다. 이어 불과 1년 만인 이번 달(2026년 1월) 상무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빠르게 굳혔다.
즉, 가족회사 벨에스엠이 2024년 12월부터 주식 신규 취득을 시작했고, 이주원 상무가 정식 임원으로 임명된 시점(2025년 1월)과 시차가 크지 않았다. 이를 통해 벨에스엠의 지분 확대와 이 상무의 경영 참여가 같은 시기 전개된 것으로 확인된다.
◇ 야금야금 사모은 지분, 1년 새 90배 껑충… 10억 안팎 투입 추산
벨에스엠의 종근당홀딩스 지분 매입은 이 상무의 임원 승진 시점과 맞물려 진행됐다.
2024년 12월 최초 190주(0.00%)를 매입한 이후, 이 상무가 이사로 재직하던 2025년 한 해 동안 매수는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2025년 8월 1일 340주, 10월 15일 2,000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보유 주식을 1만 4,909주(0.30%)까지 늘렸다. 2026년 1월 이 상무가 상무로 승진한 이후에도 매수세가 이어져,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장내에서 3,000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2026년 2월 4일 기준 벨에스엠의 종근당홀딩스 보유 지분은 총 1만 7,909주(약 0.36%)다.
단순 계산으로도 최초 취득 시점 대비 보유 주식 수가 약 94배 폭증한 규모다. 취득 단가를 감안할 때 현재까지 투입된 총자금은 약 8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비록 1% 미만의 지분율이지만, 오너 3세 개인 회사가 그룹 지주사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 상무가 직접 보유 중인 종근당홀딩스와 종근당 지분은 각각 2.89%, 1.48%에 불과하다. 이 외에 경보제약 지분 6.21%, 씨케이디창업투자 지분 9.14%를 가지고 있지만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이장한 종근당홀딩스 회장이 보유한 지분 168만 9,586주(33.73%)는 2026년 2월 3일 종가 49,700원 기준 약 84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 지분을 세 자녀가 직접 상속·증여받을 경우 막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벨에스엠을 활용한 우회적 지분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 내부거래 80% 상회… ‘벨에스엠’은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
문제는 벨에스엠의 사업 구조다. 이 회사는 2006년 6월 27일 설립되어 시설관리·경비·물류 등을 담당하는 비상장 계열사로, 매출의 약 80% 이상이 종근당 및 종근당건강 등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이주원 상무가 2만 주(40.00%)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부친인 이장한 회장이 1만 5천 주(30.00%), 누나인 이주경·이주아 씨가 각각 7천 500주(15.00%)를 보유해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내부 거래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배당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향후 이주원 상무의 지주사 지분 확대나 상속·증여세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벨에스엠이 단순 계열사가 아니라,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자금·지배력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일감몰아주기와 배당 확대를 통한 편법승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벨에스엠의 매출액 509억 9천만 원 중 81.4%인 415억 1천만 원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특히 종근당건강(181억 원)과 종근당(153억 원) 등 주력 계열사들이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지며 사실상 회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벨에스엠은 이렇게 내부 거래로 축적된 이익과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종근당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섰으며, 이를 통해 그룹 내 지분 보유와 배당 활용 흐름에 일정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성관계 영상’ 등 과거사 리스크도 넘어야 할 산
이주원 상무는 지분 확보와 경영 능력 입증을 동시에 추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
다른 제약사 후계자들이 다양한 부서를 거치는 것과 달리, 그는 입사 이후 줄곧 개발 전략 분야에서만 커리어를 쌓았으며, 현재 종근당 개발본부에서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전략을 총괄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이 상무는 승진 이후에도 조직 변경 없이 개발 본부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이장한 회장 부부가 경보제약 지분을 증여하면서 장남인 이 상무에게 장·차녀보다 5만 주 더 많은 주식을 넘겼다. 이는 장남 중심 승계 구도가 공식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승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상무와 오너 일가의 과거 사회적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주원 상무는 지난 2020년 1~2월 복수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불법 촬영한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 상무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으며, 이 상무는 재판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촬영 사건과 별개로 이 상무는 음주운전으로도 물의를 빚었다. 그는 2020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상무는 앞서 2007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음주운전으로만 총 세 차례 기소된 바 있다.
부친인 이장한 회장 역시 2017년 운전기사를 상대로 한 상습 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전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회사가 계열사 일감으로 몸집을 키워 승계 지렛대로 삼는다는 편법 승계 논란에, 오너 일가의 과거 ‘갑질’ 및 ‘성범죄’ 연루 이력까지 겹치면 향후 ESG 경영 강화 흐름 속에서 그룹에 치명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