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연임 부결… 참여연대 “기업 재벌 소유물 아닌 사실 증명”
27일 제57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조 회장의 연임 안건 부결은 “기업이 전근대적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총수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앞으로 기업의 경영진은 불·편법적 경영을 지양하고 회사가치 극대화와 주주, 노동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건전한 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참여연대·민변·이상훈 변호사 등은 그동안 기업의 주요 이해당사자이면서도 그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없었던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소액주주운동 사상 가장 많은 주주들의 참여(140여 명, 51만 5,907주, 지분율 0.54%)를 이끌어 냈다.
참여연대는 “개인주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0.54%의 기적’을 통해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해 활동해 온 참여연대 등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 소속 노동시민단체들은 단순히 불·편법을 저지른 조양호 회장의 퇴진만을 주장해온 것이 아니다.
시민행동은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 결정에 대해 주주와 회사를 위해 감독의 고삐를 쥐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는 현실과,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나 기업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어렵게 하는 현행 상법의 불비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한 시민행동은 국민 노후자산의 책임있는 수탁자로서 그 의무를 다해야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것과, ▲조양호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끊임없이 촉구해왔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이 마지막 순간에 좌고우면에서 벗어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비록 만시지탄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성과를 이끌어 낸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이에 비해 국민연금과 똑같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민간의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연임 안건에 너나없이 찬성표를 던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주주총회 직후 조양호 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반대한 주주들의 엄중한 뜻을 헤아려 자숙하기는커녕 ‘미등기이사로 남아 계속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오만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한항공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총수의 봉건적인 기업 운영방식과 안하무인식 발상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하며, 주주들의 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만용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조양호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위임의 결단을 내린 우리사주조합 등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사측의 보복 행위가 발생할 경우, 참여연대는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대한항공 직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미리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앞으로도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소수 주주의 권리 강화,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 제고 및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국민연금등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촉구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활동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