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주요 기사

삼성전자 “신입사원 연수 자체가 없다”…’삼성후자’ 주먹질 찌라시는 사실무근

삼성그룹을 상징하는 삼성 깃발이 건물 앞에 게양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그룹을 상징하는 삼성 깃발이 건물 앞에 게양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신입사원 연수 도중 반도체(DS) 부문과 디스플레이 소속 신입사원이 ‘삼성후자’ 발언을 놓고 주먹다짐을 벌여 둘 다 퇴사 처리된다는 이른바 ‘받은 글(받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졌지만, 삼성전자는 이달 진행 중인 신입사원 연수 자체가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22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신입사원 연수 중 폭행이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신입사원 연수가 10월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연수가 없는데 싸웠다는 찌라시는 악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글은 ‘받/삼성전자 신입 연수중 주먹질 발생’으로 시작하는 메신저 캡처 형태다. 반도체 쪽 신입들이 ‘삼성후자’라며 다른 계열사를 비하하자 디스플레이 쪽 신입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고, 두 사람 모두 병원에 입원했으며 인사조치를 받아 퇴사 처리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여섯 줄에 담겼다.

이 글은 21일 오전 9시 1분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처음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물은 22일 오후 기준 조회 41만회, 댓글 345개를 넘겼다. 같은 날 X(옛 트위터)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뽐뿌, 디시인사이드, 네이버 블로그 등으로 번졌고 뽐뿌 게시물 조회수만 3만7000회를 넘었다.

퍼지는 과정에서 내용도 불어났다. 에펨코리아에 처음 올라온 메신저 캡처에는 ‘전치 5주’라는 말이 없었지만, 41분 뒤인 오전 9시 42분 X에 올라온 같은 글에는 이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블라인드에 올라왔던 같은 내용의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어느 게시물에도 폭행이 벌어진 날짜와 연수 장소, 당사자의 신원은 나오지 않는다.

‘삼성후자’는 삼성 안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낮춰 부르는 은어다. 글이 퍼지자 커뮤니티 댓글창에서는 반도체 직원들의 비하 발언을 비난하는 글과 디스플레이 직원의 폭행을 문제 삼는 글이 맞붙었다. 성과급 격차를 거론하며 서로를 깎아내리는 댓글도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지금 입사 교육이 없는데”라며 지어낸 글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노조 깃발과 가전·태블릿 사진을 넣은 영정 모양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TV 유튜브)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노조 깃발과 가전·태블릿 사진을 넣은 영정 모양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TV 유튜브)

이런 글이 빠르게 퍼진 시점은 삼성전자 안에서 부문 간 성과급 갈등이 커진 때와 겹친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상한 없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쓰는 데 합의했다. 반면 완제품을 맡는 DX 부문에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주기로 하면서 부문 간 보상 격차 논란이 커졌다.

갈등은 노조 간 경쟁으로도 번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12만8612명 가운데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5만3385명, 동행노조는 3만1046명,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2만4533명이다. 2027년 3월부터 2년간 회사와 교섭할 대표노조 자리를 놓고 DX 직원이 많은 동행노조와 전삼노가 DS 메모리 중심의 성과급 구조에 반발하며 초기업노조를 견제하고 있다.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는 지난달 18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이어 왔다. 지난 16일에는 수원사업장에서 이 회장에게 직접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DX 부문은 22일로 잡았던 사내 타운홀 행사 ‘DX 커넥트’를 미뤘다.

직원 간 감정싸움이 온라인으로 번진 것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DS 메모리사업부 신입사원이 파운드리 사업부 20년 차 선배를 향해 “징징대지 말고 퇴사해라”는 취지의 글을 남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삼성은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6주기를, 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33년 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냈다.

하지만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반도체(DS)와 완제품(DX) 직원들이 갈라섰고, 노조도 셋으로 나뉘어 대표 자리를 다투고 있다. 취임 4주년을 앞둔 이 회장에게 남은 과제가 실적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