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사육되던 곰 10마리가 긴 여정 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25일, 경기 연천군의 한 농가에 갇혀 있던 사육곰 10마리가 전남 구례에 위치한 사육곰 보호시설로 안전하게 이송되었다. 이송을 주도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8월 매입 계약을 체결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번 구조를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이송은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곰 사육 산업의 종식이 임박한 가운데, 사육곰들이 철창을 벗어나 전문 보호시설로 옮겨진 첫 사례여서 그 의미가 각별했다.
■ “웅담 채취용” 굴레 벗고 첫 자연환경 경험
구출된 곰들은 수십 년간 좁고 열악한 뜬장에서 오로지 ‘웅담 채취’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며 고통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보호시설에 입식하면서, 이 곰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흙과 풀을 밟고 햇볕이 드는 야외 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은 환경부와 구례군이 협력해 조성한 국내 첫 공립 생츄어리이며, 총 49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전해졌다. 현재 이곳은 단계적으로 곰들의 입식을 시작했다. 이 시설은 야외 방사장과 휴식 공간을 갖춰 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수의사와 사육사의 돌봄 속에 건강을 회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구조 과정의 명과 암: 노령 개체 폐사와 안전성 확보 과제
다만, 당초 매입 계약을 맺었던 12개체 중 2개체가 마취 및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시민단체는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받지 못했던 노령의 개체들에게 마취와 장거리 운송이 큰 위험을 동반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이러한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남은 곰들의 구조 과정에서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정부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초반 법제화되었던 곰 사육은 ‘웅담 채취’라는 명분 아래 수많은 곰들에게 비좁은 철창 속 고통을 안겨왔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2023년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2026년 1월 1일부로 곰 사육과 웅담 채취 및 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제도적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전국에 약 240여 마리의 사육곰이 잔류해 있으며, 시민단체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매입해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건립 중인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가 전체 개체를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가적인 보호 공간 마련과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에 입식한 10마리의 곰은 이제 더 이상 도축의 위협에 내몰리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참여 단체들은 “이번 구출은 단순히 10마리 곰의 삶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남아 있는 모든 사육곰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언급했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곰 사육 종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