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0일 성명을 통해 9.2 노정합의 이행체제 복원을 위한 이행협의체 회의의 조속한 재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19일 1차 회의 개최를 제안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 취임사와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 당시의 불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며, 관련 실무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9.2 노정합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대응과 보건의료인력 지원, 공공의료 확충 등 국민 건강권을 핵심에 둔 공익적 정책 과제였다고 강조했다.
■ 9.2 노정합의, 국민 건강권 위한 노정 협치 모델
노조는 9.2 노정합의가 노조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의 안녕과 사회연대적 관점에서 추진된 성공적인 협치 모델로 평가했다. 이 합의는 국민적 요구를 바탕으로 의료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얻었으며, 향후 보건의료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합의 이행 과정을 살펴보면 그 성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감염병 대응 인력 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신설은 팬데믹으로 지친 보건의료인력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사기 진작에도 기여했다. 또한 공공병원 확충·강화 방안은 울산, 광주, 부산, 인천, 제천 등 공공의료 취약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지역의사제도 도입 등 의사 증원 합의는 새 정부의 공약으로 구체화되었고,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 논의는 최근 법안 발의로 이어지며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다.
■ 합의 이행협의체 중단, 의료개혁 실패로 이어져
간호등급제 개편 합의는 간호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상향 등급(S등급) 신설로 이어졌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합의는 전면 확대 및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교육전담간호사제와 교대근무제도 개선 합의 또한 각각 제도화 및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불법의료 근절 합의는 PA 문제의 사회적 쟁점화를 통해 전담간호사 제도로 구체화되어 6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간호법 제정의 주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9.2 노정합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부 정책 변화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역사적 합의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노사관계가 첨예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한 규범 마련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주는 사회적 울림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합의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촉구하는 이행협의체의 역할이 컸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행 의지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그 결과 의사 증원에 기초해 시작했던 의료개혁은 의사 단체의 집단 진료 거부 등 저항에 부딪혀 의료 대란으로 이어지며 실패로 끝났다. 이는 불통으로 일관하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밀어붙여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올바른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공공의료 정책 포기로 인한 지역·필수 의료 공백이 심각하며, 코로나 영웅이었던 공공병원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보건의료인력 적정 기준 제도화 논의는 의사 중심 논의에 밀려났고, 의사 정원 증원 정책마저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재차 강조되는 노정협의체 재개의 필요성
노조는 1차 협의체 회의 무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9.2 노정합의 이행체제 복원을 제안했다. 새 정부가 약속한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인 만큼, 광장의 힘으로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는 불통을 답습하지 말고 노정합의 이행협의체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정간 신뢰 회복의 상징이 될 이행협의체 재개 요청에 정부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