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8주기를 맞아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이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서울 용산구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군부의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 행동을 요구했다. 이들은 로힝야족이 겪는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했다.
단체들은 지난 2017년 미얀마 군부가 자행한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맹렬히 비판했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만 명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낸 잔혹한 만행이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로힝야족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난민 공동체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단체들은 지적했다.
■ 여전한 고통, 라카인 지역과 난민캠프의 참혹한 현실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군부와 아라칸 아미(AA)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로힝야 민간인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중화기와 포격이 민가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군부는 로힝야 청년들을 강제 징집해 전선으로 내몰아 공동체 내부의 불신과 증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아라칸 아미 역시 군부에 맞서 싸우면서도 로힝야족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식량 부족과 의료 시스템 붕괴 또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라카인주 북부 지역에서는 응급 치료와 예방 접종 등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였다. 피난길에 오른 로힝야족 일부는 국경을 넘지 못한 채 바다와 숲을 떠돌았으며,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도착한 이들조차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는 인도적 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로 식량 배급이 크게 줄어 영양실조와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우기에는 산사태와 홍수로 거처가 무너졌고, 불안정한 치안 속에서 여성과 아동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했다. 난민들은 귀환도 재정착도 보장받지 못한 채 세계에서 가장 큰 캠프에 갇혀 고립된 삶을 살고 있었다.
■ 침묵하는 국제사회, 책임 외면하는 한국 정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해 11월 군부 수뇌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인도적 위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가 침묵하는 사이 수십만 명의 추가 실향민이 발생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더 이상 로힝야 집단학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통한 정의 실현, 그리고 인도적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특히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한국 기업들이 군부 연루 기업과 협력해 전쟁 범죄를 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군부와의 경제 활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로힝야 난민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은 미얀마 군부가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난민의 시민권과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구체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에는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이 자행하는 민간인 학살을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피해자를 구제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법기구에는 신속한 기소와 처벌을, 국제사회 전체에는 인도적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군부 연계 경제 활동 차단과 난민 지원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로힝야 집단 학살 8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학살과 박해를 멈추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로힝야족이 존엄과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행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로힝야족의 비극은 국제 사회의 정의와 인권 의식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