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주범 감형 판결 확정… 피해자들 “정의는 죽었다”
대법원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 인천 건축왕 남헌기(63) 일당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피해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대책위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가해자들에게 집단 면죄부를 준 잔인한 판결”이라며 규탄했다.
대법원 1부는 23일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씨 등 10명에게 각각 징역 7년, 집행유예,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이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1심에서는 남씨에게 징역 15년, 공범들에게도 4~13년의 형량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남헌기의 형량은 징역 7년으로 줄어들었고, 공범 일부는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검찰과 피해자들이 엄벌을 촉구하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가해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외면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로 삶이 무너진 3,000여 세대의 고통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대책위에 따르면, 남씨 일당의 사기로 피해를 본 미추홀구의 세대는 약 3,000가구에 달하며, 이 중 700세대는 이미 기소된 사건에 포함돼 있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희생자가 4명에 이르는 등 피해의 심각성은 사회적 재난을 넘어선 참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책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지 미추홀구 피해자들에게만 절망을 준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도 충격을 안겨줬으며, 전세사기범들에게는 오히려 위안이 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비난하며 “정의는 죽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회복적 정의도, 가해자 엄벌을 위한 응보적 정의도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며 “국가와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손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책위는 이번 판결로 인해 전세사기범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입법 및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구조의 허점을 이용한 집단적 범죄”라며, 정부와 국회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 지원과 사기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책위는 “정의가 죽었다고 느껴지는 오늘, 피해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