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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PC 허영인 회장 보도, 언론 입막음 시도 논란… 네이버 기사 삭제 및 재게시 반복 과정 드러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 회장(74)의 첫 재판이 14일 열린다. 사진은 MBC캡처

허영인 SPC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를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를 삭제하기 위해 네이버에 반복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21일 허영인 회장이 구속 기소되던 날, A 언론사는 검찰발 허 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와 혐의 내용 그리고 그동안 이 같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던 시민사회단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의 논평을 보도했다.

PB 파트너즈의 근로자 대표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지회장이 선출되자 허영인 회장은 노조 탈퇴 공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SPC 자회사 PB파트너즈 사업부장들에게는 매달 탈퇴 노조원 목표 숫자가 전달됐고, 황재복 대표는 사업부별 탈퇴자 현황을 모아 허영인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MBC 캡처.

허 회장 등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민주노총 조합원 570여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은 2021년 5월 인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낮은 정성평가를 부여해 승진에서 탈락시키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다.

그런데 SPC 측은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로 네이버 측에 해당 언론사 대표 블로그의 관련 기사 게시중단을 요청했고, 네이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를 근거로 게시중단(임시조치)한다.

 

네이버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정보통신망법의 제44조의 2 1항과 4항을 살펴보면, 1항은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실제 명예훼손이 이뤄졌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4항은 ‘이런 삭제요청이 왔을시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30일 이내 게시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 내용은 할 수 있다이며 해야 한다 등 강제적 조치가 아니다.

 

우선 해당 검찰 구속 기소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냐는 것이다.

A매체 소명에 따르면 명예훼손 성립요건은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허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하는 행위’로 검찰의 허 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를 한 사실은 허위가 아니며, 허 회장의 혐의는 기업의 노조 탄압이라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해당 혐의가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정당한 사유가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소명했다.

또한 초상권 침해와 관련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언론중재법 ) 제5조에 따르면 타인의 생명, 자유, 초상(肖像) 등을 침해하면 안되지만, 동법 5조에는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 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존재한다.

 

게다가 허영인 회장의 경우는 공적인 인물로서,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인물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원고는 이를 통해 사회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공적 인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공적 인물에 대한 초상권 사용에 대해 언론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측은 정보통신망 법을 근거로 관련 기사를 30일간 게시중단 조치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1항은 명예훼손일 경우 삭제 등의 요청 할 수 있다로 돼 있으니 애당초 명예훼손 성립 요건 사안도 아니었다.

임시 게시중단 조치의 근거 4항 역시 ‘삭제요청이 왔을시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30일 이내 게시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등 강제적 조치가 아닌데 불구하고, 언론사의 소명을 듣기 전 이미 게시중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해당 언론사는 네이버 측의 게시물 임시 게재중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취지에 맞지 않는 조치이며, 게다가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침해, 공정거래법상(보도제한 행위, 거래상 지위 남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거래행위, 언론중재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게시중단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네이버 측은 언론사 소명을 듣고 관련 기사의 재게시 결과를 알려왔지만, 여전히 30일 게시중단 임시조치는 해제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기사 삭제가 수월하게 이뤄지자 SPC 측은 해당 언론사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삭제해 나가기 시작한다.

지난 4월22일 한 시민단체는 SPC 허영인 오너일가가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사익을 챙기는 게 아니냐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내용을 근거로 SPC그룹의 과도한 내부거래 비율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 SPC그룹 주요 3개 기업의 최근 5년간 평균 내부거래 비율은 69.5%에 달했다. 오너일가 회사 내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지원을 받는 계열회사는 비계열 독립기업보다 경쟁상 우위를 차지한다. 이는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 편취 더 나아가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문제점을 야기해 왔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참고해 최근 5년간(2018~2022) SPC삼립, 비알코리아, 파리크라상 등 3개 기업의 △허영인 오너일가의 주식보유수, △주식배당금, △오너일가 배당금, △당기순이익 등을 조사했다.

최근 5년간 SPC삼립의 오너일가 배당금을 살펴보면 총액이 128억원에 이르며, 비알코리아의 오너일가 배당금 총액은 474억 원, 파리크라상의 오너일가 배당금은 190억 원에 이른다.

특히 SPC그룹은 그간 부당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부정승계 의혹 등으로 인한 검찰수사를 받아왔다.

배당이란 기업이 일정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금 일부 또는 전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 배당금이 과도할 경우 이는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이 오너일가의 배만 불리는 사익편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은 SPC그룹의 건전경영을 위한 개선을 위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또다시 SPC는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로 해당 기사의 삭제를 네이버 측에 요청했고, 네이버 측은 이를 그대로 수용해, 이 기사는 30일 임시 게시중단됐다.

그리고 해당 언론사는 명예훼손 등에 대해 유포된 정보가 공시된 사실이기 때문에 허위가 아닌 점, 기업의 경영 구조와 관련된 비판적인 보도는 공공의 관심사에 해당될 수 있으며, 이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 내에서 보호될 수 있다는 공공이익 등으로 게시중단 철회 소명을 하게 된다.

네이버 측은 검토결과 재게시 하기로 판단했지만, 해당 기사는 30일간 임시게시 중단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4항을 근거로 하면서다.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로 명시돼 있다.

이 항목은 강제적 조치도 아니며, 30일 이내로 명시해 놨지만, 네이버는 재게시가 되더라도 30일간 기사를 임시중단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 삭제와 재게시의 반복적인 과정은 SPC 측의 언론에 대한 입막음 시도와 정보통신망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조치로 비춰지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 사안은 또한 정보통신망법의 적용과 해석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향후 언론 보도와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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