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취급설명서에서 모터룸 내부로 물이 들어가면 차량 고장이 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실제 주행 중 보닛 안 고전압 배선 부위로 빗물이 유입된다는 차주 문제 제기에는 “방수 처리가 돼 있어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제보자에 따르면, 올해 출시된 현대차 스타리아 일렉트릭(스타리아 EV)을 운행하던 중 비 오는 날 여행길에서 보닛을 열었다가 모터룸 내부 고전압 배선 주변과 충전구 쪽으로 다량의 빗물이 흘러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차주는 “세차를 하면 물이 더 많이 들어간다”며 “전기차의 심장부와 다름없는 곳에 이렇게 많은 물이 유입되는 것이 정상인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고전압 배선 연결부의 방수 성능이 차량 노후화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차 공식 온라인 취급설명서는 같은 부위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담고 있다. 스타리아 일렉트릭 2027년형 한국어 설명서의 ‘고압 세차 시 주의 사항’ 항목은 “모터룸 내부에 물을 분사하지 마십시오”라고 적고, 이어 “전기 회로, 전기 장치, 모터, 에어덕트 등으로 물이 유입되어 차량이 고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설명서가 고장 원인으로 꼽은 ‘모터룸 내부 물 유입’이 세차가 아닌 일상적인 우천 주행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차주 주장의 핵심이다. 설명서의 경고는 세차할 때 운전자가 피하라는 것인데, 비가 오는 날에는 운전자가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차주가 현대차 고객센터와 창원 하이테크센터에 문의해 들은 답변은 달랐다. 차주에 따르면 현대차 측은 “약 5년 전 아이오닉5, 아이오닉6, 포터도 물이 유입돼 시끄러웠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며 “방수 처리가 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차주가 시간이 지나 고전압 배선 연결부위의 방수 처리가 노후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현대차 측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조치하겠지만 현재는 문제가 없으니 조치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고 차주는 전했다.
이 답변대로라면 현대차는 아이오닉5·6와 포터 EV에서도 모터룸 물 유입 문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설명서의 ‘물 유입 시 고장’ 경고와 ‘방수돼 문제없다’는 상담 답변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소비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셈이다.
차주는 “고전압 배선이 있는 전기차 보닛 내부에 이렇게 많은 물이 들어가도 괜찮은 것이냐”며 제조사의 근본적인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차주가 지목한 차종은 스타리아 EV와 아이오닉5, 아이오닉6, 포터 EV다.
현대차는 앞서 전기차 충전 계통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3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소프트웨어 오류로 아이오닉5 등 11만3916대에 시정조치를 내렸으며, 같은 해 12월에도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 등 11만9774대를 대상으로 추가 리콜을 발표했다. 당시 결함은 저전압 배터리 충전 불량으로 주행 중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이번 물 유입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한편 현대차의 품질보증 관련 재무 부담도 상당한 규모다.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지난 6월 말 7조381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조4276억원이 추가 설정됐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차량 판매 이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증수리 비용 등을 회계상 미리 반영한 금액이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일반적인 우천이나 세차 과정에서 모터룸 내부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제조사가 허용한 설계 범위에 해당하는지, 고전압 배선 연결부의 방수 성능이 차량 노후화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다.
특히 차주가 제기한 장기적인 방수 성능 우려에 대해 현대차가 어떤 기술적 근거로 안전성을 판단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의 구체적인 설명과 점검 결과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