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한 ‘특수구조 건축물’ 조항 인용… 중구청 실수? 경찰 수사 공정성도 흔들
“창호는 내외장재 하향 변경” 법원 판례 쏟아지는데… 경찰은 왜 쟁점 누락했나
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가 시공한 오피스텔 ‘남산 푸르지오 발라드’의 불법 분양 혐의에 대한 서초경찰서의 불송치 수사 결과가 적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참고한 서울 중구청의 유권해석 (‘창호는 외장재가 아니다’)이 ‘존재하지 않는 법령 문구를 인용한’ 명백한 오류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 직전 중구청에 수사 의견을 직접 조회했음이 확인되었음에도, 고소장의 핵심 쟁점(창호의 외장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아예 누락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이는 다수의 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결과로, 오류가 있는 지자체의 답변이 경찰의 수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과 함께 즉각적인 검찰 이의신청을 통해 재조명될 전망이다.
서울서초경찰서는 지난 9월 15일, ‘남산푸르지오 발라드’ 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이 시행사 대표 등을 고소한 건축물분양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관련 기사 : [단독] 서초경찰서 ‘증거·판례’ 왜 무시했나?… 수사결과통지서가 남긴 의문들)
경찰은 분양 광고 미게재 및 공개 추첨 미이행 혐의에 대해서만 판단을 명시하고, 수분양자들의 핵심 고소 내용이었던 설계변경 통지 의무 위반(창호 변경) 혐의에 대한 판단 근거는 결정문에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의 판단이 논란을 일으킨 핵심 쟁점은 ‘창호가 내외장재에 해당하는지’였다.
■ 법적 정의 공백: 국토부-건축사협회 모두 “임의 해석 불가”
뉴스필드 취재 결과, 이 쟁점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해당 용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건축허가권자가 설계자, 감리자 등 전문가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 역시 일관되게 법적 정의의 부재를 강조하며 판단을 유보했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이 규정하지 않은 것을 저희가 임의로 해석을 해드릴 수는 없다”며, “통일된 내용 정의된 게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즉, 국토부와 건축사협회 등 관련 전문가 집단 모두 창호의 내외장재 해당 여부에 대해 “정의된 바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 중구청, ‘엉뚱한 법령 인용’ 실수 시인
문제는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피고소인 측 건축물의 허가권자인 서울 중구청이 민원 회신 및 경찰 수사 협조 과정에서 창호는 외장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며 제시한 근거였다. 앞서 중구청의 수분양자 측 민원 회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건축법 시행령」 제2조제18호에서 정의된 마감재 중 건축물 외부에 사용하는 재료를 말합니다. 창호(창문, 발코니창, 유리 등)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구조체와 마감재 사이에 설치되는 별도의 부속설비로 분류되며, 외장재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 취재 결과, 중구청이 근거로 인용한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8호’는 창호와 무관한 ‘특수 구조 건축물’에 대한 정의였다.
더 나아가, 해당 조항은 물론 그 어느 법령에도 “창호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구조체와 마감재 사이에 설치되는 별도의 부속설비로 분류되며, 외장재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중구청이 단순히 법령을 잘못 인용한 것을 넘어, 공식적인 행정 회신 문서에 존재하지 않는 법령 문구를 만들어내어 창호의 외장재 지위를 부정하고, 이를 경찰 수사 협조에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중구청 담당자는 15일 기자에게 “제가 법령을 좀 잘못 적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법령 인용 오류를 시인했으며, 창호의 외장재 여부에 대해서도 “아예 정의 자체가 없으니 이거를 마감 재료로 봐야 되냐 안 봐야 되냐를 저희가 딱 규정해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밝혀, 법적 정의가 없다는 국토부의 입장과 일치했다.
특히 담당자는 “(서초 경찰서)그쪽에도 똑같이 답변 보냈어요 이 내용이랑 같은 내용으로 보냈고 수사 협조 의뢰 회신 해가지고 똑같이 보내드렸어요. 내용 거의 동일합니다”라고 밝히며, 허가권자의 잘못된 법령 인용과 임의 판단이 경찰에 공식적으로 전달되며, 불송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 불송치 결정 전인 8월 26일 기자는 담당 수사 팀장과 통화하며 경찰이 중구청에 ‘창호의 외장재 해당 여부’ 등 수사의견을 직접 조회입장을 확인했다.
서초경찰서 수사팀장: “기본적으로 건설 관련 사건은 구청이 인허가나 준공 승인 등 다 관련이 돼 있으니까… 저희가 중구청에 다이렉트로 확인이 가기도 합니다. (중략) 아무튼 저기 수사 중인 사항은 자세히 알려드릴 수 없고요. 저희가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협조는 저희가 요청했을 때 해 주시는 거죠. 네 저희가 요청한 적이 없거든요, 기자님한테. 네 중구청에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저희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고요. 기자님이 저희한테 물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중구청하고 소통을 하겠습니다.”
팀장의 발언은 경찰이 중구청의 유권해석을 적극적으로 구하려 했음을 시인하는 동시에, 중구청의 ‘법에 없는 문구’가 담긴 답변이 사실상 불송치 결정의 핵심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 법원은 창호를 ‘주요 마감재’로 일관되게 인정
아울러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찰이 쟁점 판단을 회피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과 달리, 법원은 창호의 중요성을 ‘마감재’의 범주로 보아왔다.
서울고등법원 2023나2003610 판결은 “창호의 규격을 축소하거나 PVC 이중 미서기창에서 시스템 미서기 단창으로 재질을 변경하는 것은 내장재 또는 외장재의 하향변경에 해당하는 점”이라고 명확히 판시하며 창호 변경이 내외장재 변경에 해당함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 2012다18762 판결 역시 ‘플라스틱 창호 부분’을 분양안내서의 ‘주요마감재시설내역’으로 언급하며 창호의 마감재 지위를 확인했으며, 사업 주체도 창호를 마감재 시설 내역으로 정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01134 판결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책임 있는 사유로 ‘외부 마감재 변경(창호크기 및 색상 변경 등)’을 거론했으며, 광주고등법원 2020나23898 판결은 마감공사 항목에 ‘창호공사’를 포함하여 명시했다.
의정부지방법원 2023나204348 판결에서도 샷시 알루미늄 공사를 “당초 예정된 창호공사의 마감 공정에 포함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35728 판결은 창호 공사계약 특약사항에 “동일 자재 및 마감 자재로 시공”을 명시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러한 사법부의 일관된 해석은 창호가 건축물 분양에서 중요한 ‘마감재’ 또는 ‘외장재’의 일부로 다루어져야 함을 분명히 함에도, 경찰이 이를 판단하지 않은 채 오류가 있는 행정 판단에 기대어 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무시,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은 수사 적절성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로 지적된다.
■ 수분양자, 검찰에 이의신청으로 정면 대응
법원의 일관된 판례, 지자체의 법령 오인용 시인, 그리고 경찰의 핵심 쟁점 판단 누락이라는 문제들이 겹치자, 고소인 측은 즉각 검찰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접수되어 주임 검사에게 배당된 상태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기록과 함께 지자체의 오류 사실 및 다수의 법원 판례를 재검토하여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법적 정의가 부재할 때 행정 및 수사 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국민의 권리 구제 절차를 방해했다는 논란이 검찰의 최종 판단을 통해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많은 법원 판례가 창호를 마감재로 인정해왔음에도 경찰이 이 쟁점을 결정문에서 제외한 채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수사에 착수할 경우, 이 사건은 건축물분양법 적용의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