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가 닛토덴코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며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조 탄압 의혹이 불거졌다. 노조 측은 사측이 노조 활동에 지배 개입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금속노조는 지난 18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닛토덴코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한국니토옵티칼 법인과 대표이사를 추가로 고소하며 수사 확대를 촉구했다.
■ 노조 와해 시도 의혹…’위장 청산’ 정황 포착
고소 내용에 따르면, 피고소된 사용자들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와 제4호를 위반해 노동조합 운영에 지배적으로 개입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금속노조는 강조했다. 특히 사측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위장 청산하기 이전부터 노조 활동에 대한 조직적인 지배 개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은 지난 2022년 9월경 최현환 지회장에게 “회사 운영에 협조하지 않으면 닛토덴코가 폐업할 것”이라고 협박하며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본 본사 이메일(2022. 1. 15)에는 “금속노조 선동에 휘둘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에는 언제라도 니토 그룹은 중국 법인의 생산물량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게 이전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조기에 폐업될 수밖에 없”다고 명시하며 폐업을 빌미로 노조의 굴복을 강요했다. 일본 본사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측의 ‘노력(지배 개입 행위)에 감사’하다는 답신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되어, 이 같은 행위가 노조 운영에 대한 명백한 지배 개입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 단체교섭 요구 묵살, 불법성 짙은 ‘위장폐업’ 주장
아울러 사측은 금속노조의 지속적인 단체교섭 요구에 일관된 거부로 응대해 왔다고 노조는 전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단체협약 제41조는 “분할, 합병, 양도 시 조합원의 고용 및 근로조건 변동, 단체협약 변동에 관한 사항”에 관해 노사 동수로 구성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41조는 “단체협약의 유효 기간 중 법령의 개정 또는 중대한 경제, 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불가피하게 협약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구조조정 내지 조직변경, 기업변동 등 회사 내부 사정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 보충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산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단체협약의 효력이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묵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 본사 대표이사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인의 허위 보고를 듣고 “청산 종료 시까지 절대로 대화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청산 이후에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사업이 한국니토옵티칼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는 한국니토옵티칼에도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지만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법원이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해고 사유도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노조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폐지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일거에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고는 다시 기업재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전히 예전의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이므로 이러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사례(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3282)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 사례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한국니토옵티칼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성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닛토덴코 측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화재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현장에서 대체 생산을 통해 고객에 대한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방적으로 청산되고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했으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청산 이후 물량을 흡수한 한국니토옵티칼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니토옵티칼의 매출은 1조 4965억원으로 전년(1조 946억원) 대비 4천억원이나 증가했다. 고용 없는 사업 계속으로 회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반면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박탈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속노조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벌어진 일은 명확한 부당노동행위다. 외투 자본은 뿌리 깊은 노조혐오에 기인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정리하고, 한국니토옵티칼에서 ‘민주노조 없는 사업 계속’을 영위하고 있다. 관련 판례가 있는 만큼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용자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6월 30일 기준으로 540일째 불탄 공장 옥상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동 존중 의무와 국내 노동법 준수라는 광범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고소 사건은 향후 국내 노동법 적용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