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 박윤기 대표는 해외 사업과 제로(무설탕) 음료로 외형을 키웠지만, 핵심인 주류 특히 맥주 사업의 급격한 침체와 조직 안정성 문제로 연임 가시권이 흔들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27일 주요 계열사 대상 정기 임원 인사를 확정하는 이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2021년 3월 23일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임기 만료일은 2027년 3월 24일이다. 박 대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을 졸업했으며, 롯데칠성음료 전략기획부문장, 해외사업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역임한 뒤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대표가 현재 소유한 롯데칠성음료의 의결권 있는 주식은 1,100주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음료 포트폴리오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를 주요 경영 기조로 삼았다. 그 결과 롯데칠성은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이뤘다.
롯데칠성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92억 원, 영업이익 9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6.6% 증가하는 등 외형·이익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경영 성공’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시각이다. 해외법인(필리핀 펩시 등)의 연결 편입과 제로음료·신제품 기조가 성장 동력을 만든 것이지, 전(全) 사업부의 균형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 맥주 ‘크러시’ 실패와 주류 부문 침체의 책임론
박 대표가 맥주 시장 재도약을 목표로 공을 들여 론칭한 신제품 ‘크러시(KRUSH)’는 2023년 출시 이후 기대만큼 시장 장악에 실패하며 핵심 성장 동력 부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크러시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 미만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90%가량을 점유하는 시장 구도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맥주 가정용 시장의 시장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약 48%, 전년 동기 대비 4.3%포인트 상승)가 차지했고, 2위는 하이트진로의 ‘테라’였다. 반면, 크러시의 1분기 시장 점유율은 5%를 밑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의 시장 안착을 위해 광고선전비를 늘렸다. 올해 1분기 롯데칠성음료의 광고선전비는 259억 원으로, 크러시 출시 전인 2023년 1분기(242억 원) 대비 7% 증가했다. 그럼에도 1, 2위의 아성을 넘지 못했으며,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판관비를 집행한다는 계획은 투자 대비 낮은 시장 반응으로 인해 비용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실제 실적은 맥주 부문에서 급격한 역성장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맥주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8.6% 급감하며, 주류 사업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3분기 별도 기준 주류 전체 매출액은 1,9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이는 소주(새로 등)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맥주의 부진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맥주 전략의 실패는 신제품 포지셔닝의 모호함과 유통 채널 확보의 약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흥 채널 진입 지연은 물론, 가정 시장에서도 경쟁사 대비 재고 회전율(Inventory Turnover Ratio)이 낮아 판매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이는 단기 마케팅 문제 차원을 넘어 주류 사업 전체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책임론을 가중시켰다.
■ 창사 첫 희망퇴직 단행과 조직 안정성 리스크
최근 롯데 계열 전반에서 희망퇴직·구조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롯데칠성도 창립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12월 1일부로 영업조직 축소를 포함한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1980년 이전 출생자 중 근속 10년 이상 직원으로, 최대 24개월분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이는 단기적인 인건비(판매비와관리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고 고정비 부담을 줄여 수익성 중심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명확한 경영 효율화 목적이다. 실제로 롯데칠성은 지난해 영업이익(-12.2%)과 당기순이익(-64%)이 크게 감소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부각된 바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조직의 사기(Morale) 저하와 함께 인적자본(Human Capital) 손실 우려가 크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장기 근속 인력의 이탈은 주류 및 영업 현장에서의 생산성과 시장 대응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연임 심사에서는 단기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인력 재배치 및 역량 강화를 통한 중장기적인 인적자원 관리 전략(HCM)의 구체성이 박 대표의 리더십과 경영 안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정성적 요소로 반영될 전망이다.
■ 해외 선방, 국내 주력 약점 상쇄 한계 지적
필리핀 펩시(PCPPI) 연결 편입 등 해외 법인의 실적 확대는 박 대표 체제의 가장 두드러진 외형 성장 요인이다.
PCPPI는 2023년 3분기 말 경영권 확보 이후 롯데칠성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며, 지난해에만 약 1조 29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외 매출 비중을 30%대 후반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미얀마 법인 역시 매출액 273억 원(전년 대비 +47.3%), 영업이익 60억 원(+10.0%)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해외 성과 이면에 수익성 문제가 잠재 리스크로 지적된다. PCPPI는 인수 초기 1% 미만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단기적으로 이익 기여도가 낮았거나 오히려 영업외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해외 매출 확대로 인해 전체 매출액은 4조 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은 성장했으나, 필수적인 국내 주력 사업, 특히 주류 부문의 구조적 약점(-7.4% 역성장)이 상쇄되거나 가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연결 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을 경고하며, 국내 맥주 점유율 회복과 주류 포트폴리오의 이익률 개선 없이는 중장기적인 ROIC(투자자본수익률)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롯데칠성의 해외 사업, 특히 PCPPI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은 외형 성장을 견인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성 개선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컨대, 대신증권은 PCPPI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장기적 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매출은 4조 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해 수익성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박윤기 대표의 연임 여부는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는 이익 체력 확보와 구조 재편의 지속 가능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