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매각설에 휩싸인 SK온이 사실상 ‘리스크 화약고’로 전락했다. 헝가리 공장의 폭발 사고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며 ‘안전 관리 부실’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에 따른 가동률 급락과 대규모 과태료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 유치와 매각 협상력에 비상이 걸렸다.
■ SK온 “통제된 환경에서의 정상적 안전 테스트”
27일(현지시간) 헝가리 경제 매체 HVG와 탐사보도 매체 아틀라초(Átlátszó) 등에 따르면, SK온 헝가리 법인(SK Battery Manufacturing Kft.)은 최근 온라인상에 유포된 공장 내 폭발 영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사측은 해당 영상이 수년 전 배터리 내구성·안전성 평가를 위해 실시된 테스트 장면이라며, 관계 당국의 허가를 받은 통제된 환경에서 극한 조건을 가정해 진행된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테스트는 관련 법규와 내부 안전 기준에 따라 수행됐으며, 규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 현지 언론 “화재 경보기 끄고 몰래 테스트” 의혹 제기
하지만 현지 언론은 영상 속 정황이 사측의 해명과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아틀라초가 내부 제보자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영상에는 코마롬 공장 내부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른 직후, 강력한 폭발과 함께 출입문이 통째로 날아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해당 사고는 제조된 배터리 셀의 품질 관리 테스트 도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정확한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틀라초는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가 발생한 B14동에서 수시로 화재와 폭발이 반복됐음에도 당국의 정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화재를 동반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화재 경보기를 고의로 차단했다는 증언이 논란의 핵심이다. 실제로 영상에는 내부가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해당 건물의 경보음은 들리지 않다가, 연기가 인근 건물로 퍼져 나가서야 뒤늦게 다른 구역의 경보기가 작동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영상이 확산하면서 헝가리 현지 여론은 공포를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사측의 ‘안전한 테스트’라는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현지 네티즌은 “이 영상은 ‘산업 안전 호러 영상 모음집’에나 들어갈 법한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조차 위험한 장비는 사람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가동하고, 단순 도색 작업도 별도 격리 구역에서 수행하는데, 글로벌 기업이 아무 데서나 폭발을 방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폭발 직전인데 방호벽도 없이 작업복 차림으로 소화기 하나 들고 서 있는 게 사측이 말하는 ‘안전한 테스트’냐”며, 정부 핵심 관계자인 게르게이 구야시(Gergely Gulyás) 장관을 언급하며 정부의 안일한 감독 태도를 비꼬기도 했다.
■ 코마롬 공장, 반복된 사고·과태료 이력…누적된 안전 관리 부실 도마 위
코마롬 공장의 안전 관리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1월에는 가스 누출로 직원 14명이 병원에 이송됐으며, 당시 헝가리 당국은 작업장에 발암성 가스가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150만 포린트(약 4,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 가을에는 산업안전 규정 위반 항목 18개가 적발되어 410만 포린트(약 1만 1,000유로)의 추가 벌금 처분을 받았다. 당시 당국은 거듭된 경고에도 안전 규정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반복되는 화재에도 연소 시 발생하는 가스 성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최근까지도 법적 제재는 이어지고 있다. 2025년 5월에는 직무별 개인위생 적합성 검사 누락 및 고용 금지 조항 위반으로 430만 포린트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잇따랐다. 아틀라초는 지난 2년간 당국이 내린 각종 제재에 대한 추가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측이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는 ‘운영 편의’와 ‘규제 회피’를 위한 의도적인 위법 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현지 소방 당국에 신고가 자동 접수되어 공식적인 사고 기록이 남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경보기를 끄고 감시망 밖에서 위험한 테스트를 반복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상적인 안전 절차를 지킬 경우 매 테스트마다 소방 인력을 배치하고 대피령을 내려야 해 업무 흐름이 중단되는데, 적자 탈출을 위한 ‘속도전’ 과정에서 이러한 비용과 시간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화재 경보와 연동된 스프링클러 등 자동 소화 설비가 작동할 경우 고가의 테스트 장비가 오염되거나 훼손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안전을 담보로 시스템을 수동 전환하거나 차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 생산능력 확대 속 가동률 저하… ‘매각설’ 속 설상가상 악재
한편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헝가리와 미국, 중국 등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왔다.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최대 생산능력은 94.6GWh로 급증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의 여파로 평균 가동률이 2023년 87.7%에서 2024년 43.6%로 반토막 나는 등 내실 경영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러한 재무적 위기 속에 시장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포스코그룹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혹은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주요 고객사로서 북미 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한 입장이고, 포스코는 소재부터 셀 제조까지의 수직 계열화를 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적자 구조와 고정비 부담이 큰 SK온을 통째로 인수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현대차는 공급 리스크 분산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스코 또한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막대한 투자로 인해 재무적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헝가리 공장의 폭발 논란과 안전 관리 부실 의혹은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대내외 법적 리스크와 ‘금융자본’ 해법의 딜레마
SK온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합의에 따른 2조 원 규모의 합의금 지급 의무가 이행 중인 가운데, 지난 1월에는 관세청으로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총 154억 8천만 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받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헝가리 현지에서도 가스 유출 및 노동자 안전 위협 등으로 반복적인 과태료 처분을 받아왔다.
전략적 투자 유치가 난항을 겪을 경우, 결국 사모펀드(PEF) 등 금융자본을 통한 재무 구조 조정이 유일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황 저점에서의 매각은 ‘헐값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국가 전략 산업을 금융자본에 맡긴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안전 사고 논란과 거액의 과태료 등 대내외적 악재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 및 매각 협상 과정에서 SK온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