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소프트, 관중 사망 3개월 전 야구단에 355억 대여…광고비는 1,282억 썼다

NC다이노스 구조물 사고 후에도 본사는 침묵…실적 적자 속 운영비 축소 정황
관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창원NC파크의 홈구단 NC 다이노스는, 사고 3개월 전인 2024년 12월 모회사 NC소프트로부터 무려 355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금 수혈은 운영비 부족이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그러나 정작 현장 안전 확보나 운영 인력 유지에는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이 팬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았다.
비시즌 내내 제기돼 온 예산 축소, 인력 감축, 콘텐츠 중단 등의 운영 부실 정황은 현실이 되었고, 결국 2025년 3월, 야구장을 찾은 20대 여성 관중이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는 “그 많은 돈은 어디에 쓰였느냐”, “355억을 대여하고도 왜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느냐”는 의문과 함께, NC소프트와 구단의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구조물 추락 사망사고…팬들 “운영 예산 축소가 원인” 의심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철제 구조물 추락 사고로 20대 여성 관중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구조물은 높이 10여 m 외벽에서 떨어진 루버(가로 40cm, 세로 258cm, 두께 10cm)로, 현장 매장 앞에 줄 서 있던 자매 중 언니가 머리를 크게 다쳐 치료 중 끝내 숨졌다.
사고 직후 NC 다이노스 구단의 현장 안내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SNS 게시물 삭제 등 소극적인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 관중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장 인력(구단 직원, 프렌디 등)조차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위에 전달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했다. 이는 안전 매뉴얼의 부재와 인력 교육 부족을 방증하는 정황으로 지목된다.
팬 커뮤니티에서는 사고 이전부터 비시즌 중 단행된 예산 감축과 인력 정리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이어졌다. ▲홍보·유튜브 콘텐츠 예산 전면 정지, ▲응원단 외주 단가 업계 최저 수준, ▲2군 운영 예산 축소, ▲개막 5경기 영상 미제작 등의 사례는 단순한 효율화가 아닌 운영 전반의 축소로 받아들여졌다는 주장이다.

■ “100년 운영하겠다던 구단”…사고 앞에서 지켜지지 않은 약속
NC 다이노스의 구단주이자 모회사 NC소프트의 대표인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1년, 9구단 창단을 앞두고 “내 재산만으로도 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당시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주식만으로 1조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1조 클럽’으로, 재정적 능력과 야구단 운영의지를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24~2025년 사이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팬들은 비시즌 내내 이어진 운영 예산 축소, 콘텐츠 중단, 현장 인력 축소 등이 결국 구조물 낙하 사고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팬 커뮤니티와 트럭 시위에서는 “100년 운영할 돈이 있다면서, 왜 1년 예산은 아까워하느냐”는 문구가 반복됐다.
김 대표가 과거 강조했던 ‘100년 운영’ 약속은, 이번 참사 이후 단순한 의지 표현이 아닌, 운영 책임의 기준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 NC다이노스, 실적 급감에 자금난…모회사로부터 355억 대여받아
이러한 상황에서, 모회사 NC소프트는 2024년 12월 9일 자회사 ㈜엔씨다이노스에 대해 총 355억 원을 소비대차(대여) 형태로 제공한 사실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2025년 3월 28일자 정정 사업보고서(별도 기준)에 따르면, “㈜엔씨다이노스는 자금조달 목적의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355억 원을 대여받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계약은 사고 발생 약 3개월 전 체결된 것으로, 당시 이미 자금난 또는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엔씨다이노스는 2024년 매출 502억 7,565만 원, 당기순이익 9억 9,158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매출 551억 2,634만 원, 당기순이익 34억 538만 원)와 비교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자산총액은 428억 원, 부채총액은 416억 원으로, 외형상 흑자 구조이지만 자체 유동성이 부족한 취약한 재무구조가 드러난다.
■ NC소프트 실적도 적자 전환…광고비는 증가세
모회사 NC소프트도 2024년 연결 기준 1조 5,781억 원의 매출과 1조 6,873억 원의 영업비용을 기록하며, 1,092억 원의 영업손실로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2023년에는 1,372억 원의 흑자, 2022년에는 5,5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50.1% 증가한 1,282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 차원의 마케팅은 강화하면서도 야구단 운영비는 통제되거나 축소됐을 가능성에 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효율적 유지”…구조조정 신호였나
2024년 3월 20일 진행된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대표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당시 박병무 NC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는 “일부 주주들이 야구단 운영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어 신중히 검토했다”며,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시너지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매각보다는 효율적 운영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당시 야구단 매각설을 공식 부인하는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효율적 운영’이라는 표현은 비용 절감과 운영 축소 기조를 내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구조물 낙하 사고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야구단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말이 결국 비용 최소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인 안전 확보와 운영 투자는 외면당해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 창원시설공단·KBO도 책임 논의 대상
한편 사고가 발생한 창원NC파크의 시설 관리 주체는 창원시설공단으로 확인됐다. 공단 측은 “루버가 점검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NC 구단, 창원시와 삼자 협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단뿐 아니라 창원시 및 공단의 안전 점검 체계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KBO는 4월 1~3일 예정된 NC와 SSG의 3연전을 무관중 경기로 전환하고, 전 구장에 대한 점검 강화를 예고했다. 향후 리그 전체에 걸쳐 관중 안전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정책 개선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 NC소프트, 질의에 ‘무응답’…책임론 더 커져
뉴스필드는 이번 사고 이후 NC소프트에 ▲구단 예산 구조, ▲355억 원 대여 목적, ▲유족 지원 계획, ▲사고 대응 매뉴얼 존재 여부 등에 대한 공식 질의를 전달했으나, 회신은 없었다.
사망 사고라는 중대 사안에도 불구하고 모회사가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관리 미흡을 넘어, 모회사 실적 부진과 자회사 예산 축소, 운영 축소 흐름 속에서 구조적 인재(人災)로 확대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책임 구조와 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