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여주식 100% 매도 기회 보장해야”…더존비즈온·애경산업 사례 들어 법안 수정 촉구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때 일반주주에게도 주식 매도 기회를 보장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오히려 소액주주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자가 대주주 등의 지분을 먼저 사들여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면 나머지 일반주주의 주식은 공개매수하지 않아도 되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에 따르면 포럼은 최근 논평을 통해 국회 본회의 처리가 보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수정을 촉구했다.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발행주식의 50%+1주 이상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럼은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를 사실상 허용하는 만큼, 현행 법안이 일반주주 보호라는 도입 취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구체적인 사례로 지배주주 지분 40%, 우호주주 지분 8%, 기관투자자 지분 3%를 장외에서 먼저 인수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이 경우 인수자는 이미 전체 지분 51%를 확보하기 때문에 나머지 일반주주가 보유한 49%에 대해서는 추가 공개매수 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럼은 모든 일반주주에게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기회를 제공하도록 잔여주식 전부를 공개매수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존비즈온은 전량 공개매수…애경산업은 주가 하락 사례
포럼은 스웨덴 투자회사 EQT의 더존비즈온 인수를 일반주주 보호 사례로 제시했다. EQT는 지난해 11월 김용우 회장 측 등의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도 동일한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태광그룹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지분 63%와 경영권을 4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이후 애경산업 주가는 1만5000원에서 1만610원까지 하락했다고 포럼은 지적했다. 경영권을 넘기는 대주주와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일반주주 사이에 매각 기회와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해외 기업 인수 사례도 제시했다. 포럼은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하만을 약 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전체 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한 점을 강조했다.
또 미국 사모펀드 TPG가 롯데렌탈 지배권과 지분 61%를 인수하면서 잔여 지분 공개매수도 추진하는 사례를 들어, 전체 주식 매수 기회를 보장하면 인수자금 부담으로 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된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다만 기업 인수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도 제기된 상태다.
포럼은 의무공개매수제도라는 명칭 자체도 문제 삼았다. 지배권이 수반되는 일부 지분만 거래하면서 대주주가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행태를 ‘지배권의 사적이익(Private Benefits of Control)’ 거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럼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에도 자본시장 정책 후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견해를 밝히며, 영국과 독일 등 주요국처럼 일반주주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의 매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