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 영일만3일반산업단지에 110MW급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허가 만료를 두 달여 앞두고 다시 추진되자 환경단체가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업자 포항신재생에너지㈜는 효성그룹이 30억원대 손실을 내고 2020년 손을 뗀 회사다. 이 회사는 2016년에 받은 허가 덕분에 정부가 신규 설비에 끊은 재생에너지 보조금 제한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은 27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 주민 반대로 공청회가 무산됐고 2023년 포항시가 주민 수용성을 이유로 반려했던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두 단체는 발전소가 한 해 55만t의 나무를 태우며 석탄보다 많은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먼지를 내뿜는다고 주장했다. 예정 부지 4만6000㎡가 모두 시유지인 만큼 박용선 포항시장에게 매각을 허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사업이 다시 움직이는 건 시한 때문이다. 2016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이 사업의 준비기간은 세 차례 연장돼 오는 12월 말 끝난다. 회사는 2024년 11월 공사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포항시는 2024년 4월 분양 불가를 통보했고 회사는 지난해 10월 다시 분양을 요청했다. 회사는 산불·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처럼 산에 버려지던 나무를 연료로 쓰고 운영 인력 1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며 지역 설득에 나섰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효성·효성중공업 사업보고서와 포항신재생에너지의 기업집단 공시에 따르면 효성은 2017년 5월 이 회사 지분 100%를 5억원에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했다. 당시 자본금은 1000만원이었고 운영자금은 효성중공업과 ㈜효성에서 빌려 썼다. 한 번에 16억5000만~22억원씩 빌렸는데 매번 자기자본의 165~220배였다.
사업은 2018년 공청회가 두 차례 무산되면서 멈췄다. 회사는 그해 32억6300만원을 비용으로 털어내 순손실 32억8400만원을 냈다. 2019년 말 자산은 200만원만 남았고 부채는 37억300만원이었다. 자본이 마이너스 37억100만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 대부분인 35억2900만원은 효성중공업에서 빌린 돈이었다.

효성은 2020년 6월 5일 지분 100%를 ㈜덕평에너지에 넘기면서 지분가액을 0원으로 공시했다. 효성중공업은 그해 사업보고서에서 포항신재생에너지에 빌려준 35억2900만원을 특수관계자 범위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기타’ 항목에 넣어 정리했고 회수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덕평에너지는 2013년 설립된 서울 강남구의 비상장사로 이길구 포항신재생에너지 대표이사가 대표를 겸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설립 때부터 포항신재생에너지 대표였고 효성 계열사 시절인 2018~2019년 공시에도 대표로 올라 있다. 덕평에너지는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주주 구성이 공시되지 않는다. 지분이 넘어간 같은 달 발전소 연료는 목재펠릿·우드칩에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로 바뀌었다.
■ 신규 발전소는 보조금 끊겼는데, 2016년 허가는 예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기 판매대금과 별도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받아 대형 발전사에 팔아 돈을 번다. 산업부·산림청·환경부는 2024년 12월 18일 나무를 태우는 발전이 산림을 훼손하고 탄소를 배출한다며 신규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설비에는 REC를 주지 않기로 했다. 당시 업계에는 이미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설비는 이 제한에서 빠진다는 설명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만 태우는 설비에는 가중치 2.0이 붙어 전기 1MWh당 인증서 2개를 받는다며 이것이 연료를 바꾼 이유라고 주장해 왔다.
회사가 밝힌 연간 발전량 77만796MWh에 가중치 2.0을 적용하면 인증서는 한 해 약 154만개다. 최근 육지 현물시장 가격인 1개당 7만1000원 안팎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 1090억원 규모다. 전기사업법은 준비기간 안에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허가를 새로 받으면 신규 설비로 분류돼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회사가 12월 전에 시유지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역 언론에 “사업추진의 법적효력이 있는 MOA(합의각서)를 업체와 맺은 상태”라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시와 사업자, 주민이 강릉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함께 견학한 정황이 있다며 시가 견학을 기획하거나 비용을 댔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사업비는 약 5500억원으로, 일부 보도는 한국남동발전·경북개발공사와 컨소시엄을 꾸렸다고 전했지만 지역 언론이 확인한 사업 자료에는 공공기관 참여가 ‘향후 계획’으로 적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