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지분 80%를 가진 부동산임대회사 (주)신동진이 지난해 페라리 판매사를 비롯한 효성 계열사에서 받은 임대료가 100억원을 넘어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페라리 전시장 한 곳에서만 연 24억원, 월 2억원꼴이다.
15일 (주)신동진의 2025년 감사보고서와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신동진의 지난해 매출은 211억9400만원으로, 이 가운데 100억6500만원이 효성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7.49%를 계열사에 의존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계열사 매출 비중은 줄곧 45%를 웃돌았으며, 3년간 계열사에서 벌어들인 돈만 302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임차인은 페라리 공식 판매사다. 1974년 설립된 신동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35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페라리 반포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들어서 있다.
페라리 판매 관련 계열사들이 지난해 신동진에 지급한 금액은 24억3700만원이다. 기존 FMK에서 사명을 변경한 페라리코리아가 18억2900만원, 지난해 10월 인적분할로 출범한 신설 FMK가 6억800만원을 지급했다. 월평균 2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반면 건물을 빌려 쓰는 신설 FMK는 출범 직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매출 486억5600만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41억10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동진에 지급한 금액은 6억800만원이었다. 신설 FMK는 ㈜효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 적자 효성화학도 수십억 임대료…계열사 수의계약에 사익편취 규제 쟁점
페라리 판매사뿐 아니라 다른 효성 계열사들도 신동진에 매년 수십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효성티앤씨가 지급한 금액은 27억7700만원으로 페라리 판매 관련 계열사보다 많았고, 효성화학도 20억2300만원을 냈다.
특히 효성화학은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도 신동진과의 임대 거래를 이어왔다. 2024년 17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채가 자산보다 68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지만, 같은 해 신동진에 지급한 금액은 26억68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16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주목할 부분은 계약 방식이다. 신동진의 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페라리코리아, 효성티앤씨, 효성화학과의 주요 부동산 임대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공개된 거래 규모는 66억2800만원으로, 경쟁입찰 없이 거래 상대방을 선정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임대차에서 수의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건물 소유주가 총수 일가의 회사이고 임차인이 같은 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임대료가 주변 시세에 비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계약 과정에서 충분한 비교와 검토가 이뤄졌는지가 쟁점이다.
신동진은 이 같은 임대 사업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58억8300만원으로 매출의 74.9%에 달했다. 매출 100원당 약 75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다만 영업이익에는 대손충당금 환입 28억6400만원이 포함돼 있어 이를 모두 순수한 임대 영업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공시 기준 직원은 5명이다.
이러한 거래 구조는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와도 맞닿아 있다. 신동진은 조현준 효성 회장을 동일인으로 하는 효성 기업집단 소속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실제로 효성티앤씨가 지난해 신동진에 지급한 27억7700만원은 신동진의 최근 3년 평균 매출액 대비 약 13%에 해당한다. 합리적인 비교 없이 이뤄지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대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정한 규제 제외 기준 가운데 하나인 12%를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이 기준을 넘었다고 곧바로 불법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의 필요성과 임대료 수준,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부당한 이익 제공 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세금 문제도 검토할 대목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신동진은 계열사 거래 비중이 47%를 넘고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어 관련 과세 요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만 실제 증여세 신고·납부 여부와 과세 대상 금액은 공시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신동진이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와 비교해 적정한 수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따라 계약이 체결됐다면 단순히 총수 일가 소유 회사와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 계열사 임대수익으로 적자 자회사 지원…조현상 지분 80% 신동진, 경영 책임 도마
신동진은 임대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경영난을 겪는 자동차 관련 자회사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광주와 부산에서 수입차 판매·정비 사업을 하는 HS효성더프리미엄과 HS효성프리미어모터스가 대표적이다. 신동진은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100%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자회사 투자와 관련해 121억4900만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HS효성프리미어모터스의 재무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68억원 많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도 유동자산보다 108억원 많았다. 감사보고서에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유의적인 의문이 있다는 내용까지 기재됐다.
그럼에도 신동진은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HS효성프리미어모터스의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해당 회사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자금 대여와 자금보충약정까지 의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HS효성오토웍스의 유상증자에 90억3800만원을 출자했다.
계열사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한편, 경영난에 빠진 다른 계열사에는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지원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투자일 수 있지만, 자회사의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의 타당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동진은 2024년과 지난해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말 기준 회사에 쌓인 이익잉여금은 1188억6200만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다.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2024년 3월 신동진 사내이사에 선임돼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신동진 이사회는 김석범 대표이사와 신덕수·조현상·안성훈 사내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는 없다. 적자 자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안건도 외부 사외이사의 참여 없이 이사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결국 쟁점은 신동진이 임대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경영난을 겪는 효성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 매년 수십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신동진은 이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계열사 간 임대 거래나 자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대료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적자 자회사에 대한 지원이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지분 80%를 보유하면서 직접 이사회에도 참여하는 조현상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 집중되는 계열사 임대료와 반복되는 자회사 자금 지원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됐는지, 그 경제적 효과가 어디로 귀속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