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을 상대로 전격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일 사정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부영주택 본사에 조사4국 요원들을 투입해 회계 장부와 자금 거래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예치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탈세 혐의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특정 이슈가 있을 때 투입되는 ‘특별 세무조사’ 전담 부서다. 조사 강도가 매우 높고 주로 대기업의 대형 사건을 다뤄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 횡령·배임 딛고 복귀한 이중근…’미담’ 행보 중 터진 악재
이번 조사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지 약 2년 4개월 만에 이뤄진 고강도 사정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1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후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에 묶여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으나,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같은 해 8월 회장직으로 공식 복귀했다.
복귀 후 이 회장은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대폭 개선해 왔다. 그러나 이번 특별 세무조사로 인해 공들여 쌓아온 ‘애국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경영 투명성에 다시금 의문부호가 붙게 됐다.
◇ ‘1,200억 추징·총수 구속’…10년 전 악몽 되살아나나
재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두고 부영그룹에 ’10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영주택은 지난 2015년 말부터 2016년까지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부영주택의 분양 수익 누락과 해외 자금 유출 혐의 등을 포착해 1,196억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추징했다. 이 조사는 결국 이중근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이 회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등 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 부실한 내실에 세무조사까지…’사면초가’ 부영주택
부영주택은 현재 극심한 실적 부진과 위상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부영주택의 매출액은 5천330억 원이었으나 영업손실 1천315억 원, 당기순손실 1천9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성적표인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지난해 125위에서 올해 224위로 99단계나 수직 낙하하며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부영주택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고 있다. 부영주택은 지주사인 (주)부영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장이 (주)부영 지분 93.79%를 소유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1인 지배 구조다.
◇ 폐쇄적 지배구조 도마 위…조사 결과에 촉각
부영그룹은 대기업 집단 중 드물게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고, 사외이사 제도 등 외부 감시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러한 폐쇄적 구조가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이나 사익 편취의 통로로 활용됐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 이후 전사적으로 이미지 쇄신에 주력해왔으나, 고강도 세무조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게 됐다”며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 거액의 추징금까지 부과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