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삼바의 분식회계가 삼성의 합병 정당화를 위한 고의적 행위였다는 점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번 판결은 과징금 부과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삼바의 회계 처리와 삼성 합병 간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된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80억 원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법원은 삼바의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2015년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변경한 점과 분식회계와 삼성 합병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자본잠식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회계처리는 원칙 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분식회계를 부정한 삼성합병 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날 참여연대 논평에 따르면, 삼바의 분식회계는 이재용 회장의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과의 부당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삼성물산과 1:0.35의 비율로 합병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삼바는 (구)삼성물산의 헐값 매입 정황을 감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각각 6.9조원, 5.3조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콜옵션 부채 1.8조원을 반영하면 삼바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삼바의 자본잠식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 내부에서는 바이오젠과의 계약서 소급 수정 등의 방안을 고민했으며, 결국 지배력 판단 변경을 통해 4.5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2017년 금감원에 특별감리를 요구했고, 금감원은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했다. 증선위는 2018년 7월 12일 삼바의 콜옵션 공시 누락을 ‘고의’로 판단했으며, 지배력 판단 부당 변경에 대해서도 ‘고의’로 결론 내리고 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바는 증선위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바의 분식회계가 삼성 합병과 연관되어 있음을 명확히 지적하며, 합병일 이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진행한 점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은 삼바가 금융당국에 대해 ‘승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분식회계의 존재는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이재용의 승계를 정당화하려는 분식회계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삼성 합병에 대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금융당국은 2012년~2014년의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항소를 통해 다투어야 하며, 이재용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을 교란한 범죄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공정한 법 집행과 투명한 기업 운영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