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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호법 논란’… 산업기술보호법 알권리·건강권 침해 헌법소원 청구

일명 ‘삼성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기술보호법이 지난달 21일 시행되면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정보 공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시민단체는 시행 보름만에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이 법은 명확한 기준 없이 ‘국가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 비공개 원칙’이 담겨있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잇따랐다.

작업환경에 관한 모든 정보가 비공개될 수 있는 데다,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 보호를 위한 정보’는 공개하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때 추가된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인들은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공개하면 처벌한다”며 “이는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유해물질에 대한 알 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을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국민들이 사고와 질병, 죽음으로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보장돼야 할 알권리를 파괴하는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삼성은 공장에 국가핵심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며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는데, 개정안에 삼성 주장이 그대로 담기게 됐다.

국가핵심기술이란 이유로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생명·알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인데,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에 대해서도 취득 목적 외 사용·공개를 금지하는 한편 처벌규정도 담고 있다. 작업장 환경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위험성을 알리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게 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의원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210명 중 20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 의원들은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지난달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헌법소원에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연구자, SK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용인 지역 주민도 참여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진 황유미씨의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로 출발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로 발전했다.

6일은 故황유미씨의 13주기다. 3월5일 기준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자는 683명이고, 그 중 197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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