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웨이항공(신규 사명 트리니티항공)이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들자 신규 기종 운용과 관련된 정비용 부품 예산을 절반 가까이 축소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승객 189명을 태운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긴급 회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30일 오후 3시 3분경, 승객과 승무원 등 189명을 태우고 제주공항을 이륙해 청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TW844편이 이륙 불과 7분 만에 엔진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긴급 회항했다.
비상 착륙을 요청한 여객기는 약 25분 만에 제주공항으로 되돌아왔고, 이 과정에서 활주로가 폐쇄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티웨이항공 측은 “기체 결함 등 점검사항이 발생했다”며 항공기 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재무 압박에 정비 예산 44% 삭감…유상증자 기대치 밑돌며 안전 부담 전가
같은날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 정정 공시를 통해 신규 기종(A330-900) 운영을 위한 자금 집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주가 하락으로 조달액이 912억 2천700만 원에서 875억 3천200만 원으로 약 37억 원 줄어들자, 티웨이항공은 실제 비행기를 고치고 관리하는 데 쓰일 핵심 안전 예산부터 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본지가 12월 29일 자 최초 투자설명서와 1월 30일 자 정정 투자설명서를 대조한 결과, ‘신기종(A330-900) 운영을 위한 정비용 부품 및 자재 구입’ 예산은 당초 125억 5천500만 원에서 69억 8천200만 원으로 무려 55억 7천300만 원(44.4%)이나 급감했다.
반면 신규 기종 예비엔진 2대 도입 보증금은 기존 87억 2천800만 원에서 106억 500만 원으로 오히려 18억 원 이상 늘어났다.
계약상 지불해야 하는 보증금 등 고정비는 유지하거나 늘리면서, 정작 정비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될 부품 구매 비용만 절반 가까이 깎아버린 것이다.
■ 서준혁·박춘희 모자(母子)의 ‘소노인터내셔널’, 부담은 일반 주주 몫
티웨이항공의 이번 자본 확충 과정은 기존 주주들에게 ‘이중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날 공시에서 티웨이항공은 신주배정비율을 기존 1주당 약 0.226주에서 0.183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최대주주 소노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단행한 1천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주식 총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소노인터내셔널 특유의 가족 중심 지배 구조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노인터내셔널은 서준혁 회장(28.96%)과 그의 모친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명예회장(33.24%)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기주식(35.93%)을 제외하면, 두 모자가 사실상 의결권을 장악한 구조로 평가된다.
결국 ‘오너 일가(박춘희·서준혁) → 소노인터내셔널(비상장사·지주사 격) → 티웨이항공(상장사)’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에서,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해 늘어난 주식 수 부담이 일반 주주들의 지분 희석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이 ‘안전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고, 그룹 전반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준혁 회장이 포함된 소노인터내셔널 이사회가 파산 직전인 계열사에 100억 원대의 자금 대여를 의결한 사실이 드러나며 ‘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매출 0원·직원 0명” 파산 계열사에 100억 쏜 서준혁 회장… 배임 논란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소노인터내셔널 이사회는 지난 2024년 12월 30일 계열사인 ‘오션윈글로벌코리아’에 대한 100억 7,600만 원 규모의 자금 대여 계약 갱신을 의결했다.
그러나 해당 계열사는 매출과 직원이 전무한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였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개최 한 달 전인 11월 29일 이미 법원에 파산 신청이 접수된 상태였다. 심지어 자금의 용처로 지목된 홍콩 자회사(오션윈글로벌리미티드)는 이미 2년 전인 2023년 1월 청산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체가 사라진 사업을 명목으로, 파산 직전의 껍데기 회사에 거액을 대여하기로 승인한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임’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소노 측은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이러한 그룹 차원의 ‘깜깜이’ 의사결정 리스크는 티웨이항공의 일반 주주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 티웨이항공, 부채비율 ‘4,456%’ 쇼크…이자조차 못 내는 ‘채무불이행’ 위기
티웨이항공의 재무 건전성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4,456.9%로, 2024년 말(1,798.9%) 대비 불과 9개월 만에 2,658%포인트나 폭등했다.
특히 2025년 3분기 기준 차입금이 전액 리스부채(6,223억 원)로 구성되어 있어 금리 및 환율 변동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다. 2022년 말 3,635억 원이었던 리스부채는 기단 확대와 함께 3년 만에 71% 급증하며 재무 구조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영구채’의 늪까지 더해졌다. 2025년 8월 발행한 9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연 5.5%의 이자가 발생하며, 2027년부터는 금리가 대폭 뛰는 ‘스텝업(Step-up)’ 조건이 붙어 있다. 예정대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자 비용은 2028년 81억 원까지 치솟게 된다.
가장 심각한 점은 이자 지급 능력이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4개년 중 흑자를 기록한 2023년을 제외하고 모두 부(-)의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채무불이행(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 노선별 수백억 손실…공급 과잉에 ‘수익성 회복’ 안갯속
노선별 영업 실적도 처참하다. 2025년 3분기까지 유럽 노선에서 915억 원, 동남아 노선에서 553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수익성 지표인 Yield(수익/RPK)는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매출 대비 항공유 비중은 오히려 상승해 비용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9번째 LCC인 파라타항공까지 가세하며 ‘공급 과잉’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주력 수익원인 일본 노선조차 지진설과 환율 변동으로 매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은 불투명하다.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예산마저 44%나 삭감해야 하는 상황은 티웨이항공의 재무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서 무리한 기단 확대가 이어질 경우, 티웨이항공뿐 아니라 모회사 소노그룹 전체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