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직접 나서 실체 밝혀… “16,450명 불법 관리”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보한 전직 직원이 직접 나서 블랙리스트 운영 실체를 폭로하고 쿠팡 측의 주장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13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준호 쿠팡물류센터지회 정책국장은 “쿠팡은 2023년 4월까지 16,45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운영하며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시 쿠팡풀필먼트 이천 호법센터 HR 채용팀에서 근무하면서 단기직 채용과 업무가이드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용 교육 과정에서 ‘사원평정’이라는 이름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채용 대상자를 선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대상자에는 노조 활동 참여, 관리자와 갈등, 고용노동부 신고 등의 이유가 포함됐다고 한다. 김 씨는 “억울하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많았다”며 “쿠팡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쿠팡 측은 블랙리스트 제보자를 고소하며 명예훼손으로 몰고 있지만, 김 씨는 이에 대해 “쿠팡은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개인 메일로 회사 자료를 보내려고 했던 사유로 업무미숙으로 경고장을 받은 적이 있을 뿐이며, 이를 ‘회사 기밀 탈취’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쿠팡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팡 측의 행태를 비판하며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쿠팡은 안전과 근무환경 개선에 투자하지 않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데 힘썼다”고 지적했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2월 MBC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쿠팡 측은 초기에는 이를 부인했지만, 결국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며 제보자를 영업기밀과 비밀자료 유출로 고소했다. 그리고 그 문서의 실체를 인정하는 대신 “정당한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하며 블랙리스트를 단체와 변호사, 언론인들을 고소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