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최저임금 외면받는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2차 전원회의를 진행하는 같은 날 개최되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노동계는 이번 증언대회를 통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회는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前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위원)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현장 발언에는 양우혁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사무국장, 조영규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지부장, 이진욱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과후강사전국분과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 전인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울산분회장 등이 참여하여 각자의 절박한 상황을 증언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양한 직군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대회 퍼포먼스는 참가자들의 절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현장 발언자들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최저임금 차별적용’이라는 문구가 적힌 흙탕물 비를 피하며 ‘초단시간 노동자도 온전한 최저임금 적용’, ‘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 ‘최저임금법 제7조 장애인 적용제외 삭제!’, ‘대학원생 노동자성 인정으로 최저임금 적용!’이 적힌 우산 아래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는 최저임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염원을 강력하게 표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 대학원생, ‘학생’ 가면 속 ‘노동자’의 비애
양우혁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사무국장은 대학원생의 이중적인 지위를 강조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원생은 학문을 연마하는 학생이면서도 노동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교원과 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학생이라는 정체성만 부각되고 노동자성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대학원생들은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등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양 사무국장은 연구 활동에 대한 대가가 장학금 형태로 지급되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당한 노동에 따른 인건비를 장학금 형태로 지급받고 있지만, 이는 등록금 면제 수준에 그친다”고 밝히며 “장학금 액수를 근로 시간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의 생계 불안이 직업 연구자로서의 삶을 어렵게 하고 연구 집중을 방해하며 결국 연구를 포기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양 사무국장은 대학원생의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학원 재학 중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해 대학원생 조교의 임금을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학원생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지식을 생산하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장애인 노동자, 최저임금법 제7조의 ‘차별’
조영규 장애인노동조합지부장은 최저임금법 제7조(최저임금 적용 제외)가 장애인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과 관련된 최저임금 문제에서 늘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법 제7조”라며, 이 조항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1항에서 규정하는 직접차별에 정확하게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적 차별의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조 지부장은 최저임금법 제7조 개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언급했다. “우리 장애인 노동조합은 최저임금법 제7조를 개정하기 위해 입법 활동과 위헌 심판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최저임금법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9년 당시 장애인 노동자의 시급이 최저임금의 23% 수준에 불과했던 현실을 폭로하며,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역설했다.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진욱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과후강사전국분과장은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의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방과후학교 강사 역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늘 고용이 불안정하고 수입 또한 불안한 현실”을 지적했다. 대법원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고 단체교섭도 진행 중이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욱 전국분과장은 방과후강사의 심각한 저임금 구조를 지적했다. “교구 준비 등 수업 준비 시간을 포함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30시간을 넘는 경우가 많지만, 실질임금은 150만 원 미만이 전체의 38.2%를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월수입이 18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강사들이 설문조사 응답자 1,681명 중 절반이 넘는 55.2%에 달하며, 이는 2024년 설문조사보다 15%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늘봄학교 도입으로 인한 강사료 수입 감소 문제도 제기했다. “응답자의 74.2%가 늘봄학교 도입으로 인해 강사료 수입이 줄었다”고 밝히며, 방과후강사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임을 분명히 했다.
■ 배달 노동자, 운임 삭감에 비명… ‘건당 최저임금’ 절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배달 노동자들이 겪는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배달 노동자는 법정 근로자에 비해 건강보험료를 두 배 가까이 부담하며, 비슷한 보수 수준의 법정 근로자에 비해 조세 부담도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법정 퇴직금마저 없어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지적했다.

구 지부장은 잦은 사고 발생과 그로 인한 추가 지출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 전체 배달 노동자의 40%가 사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플랫폼사들이 실시간으로 운임을 조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으로 인해 운임 삭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점유율 1위인 배민의 경우 2024년 5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의 운임 삭감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플랫폼사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계정이 정지되는 약관 변경을 근거로 운임을 삭감하고 있으며, 기본 운임을 삭감하고 특정 시간에 한정해 ‘타임어택 미션’ 정책을 시행하여 사실상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 지부장은 “이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건당 최저임금이 화두로 던져진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책임 있는 논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 활동지원사, 필수 노동자의 ‘최저 생계’ 사수
전인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울산분회장은 활동지원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그는 “활동지원사의 평균 노동시간이 115시간 정도로 하루 8시간 근무에 해당하지만, 주휴시간 35시간을 제외한 월 174시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본 노동시간인 3시간이 되지 않아 주휴수당은 물론 퇴직금마저 발생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인표 울산분회장은 정부가 활동지원 서비스를 필수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필수 노동자들의 생활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순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활동 지원 서비스를 없으면 안 되는 필수 노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을 해도 자신의 생활마저 제대로 이어갈 수 없는 것이 이 나라가 정한 필수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활동지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곧 장애인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동지원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면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며 “이는 활동 지원 본래의 취지인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전인표 분회장은 최저임금의 온전한 적용이 장애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역설하며,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