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회피 길 열어주는 택시발전법 개정안? 택시월급제 무력화 논란
오는 8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택시월급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김정재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택시사업주들이 최저임금법을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내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방영환열사대책위는 1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택시운영사업주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법안이라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개정안의 폐기와 완전한 택시월급제 시행을 요구했다.
기존의 택시 노동자들은 승객 탑승 시간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으며, 이로 인해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택시월급제는 2021년부터 서울에서 우선 시행 중이며,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택시월급제는 택시운수종사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른 월급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다. 이는 택시회사들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그러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근로자 대표가 합의한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택시월급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을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택시운송사업자들의 주장을 수용하며, 민주당이 통과시킨 택시월급제를 무력화하는데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의 부칙에 따른 2024년 8월 20일 이전의 전국 확대 시행을 유예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박정훈 부위원장은 “택시 사장들과의 결탁을 거부한 양심적인 택시노동자들이 간신히 쟁취한 택시월급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택시회사의 로비를 받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또다시 택시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택시 사장들은 사납금제를 이름만 바꿔 유지하고, 월급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려 하고 있다. 국민이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노동자를 만날 수 있도록 완전월급제를 온전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영환열사대책위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택시 사업주의 이익이 너무나 중요한 나머지, 30년 동안 50여 명의 열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택시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 민주당은 눈감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체제에서 권력을 가져오겠다고 하지만, 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안 되면 반민주당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카르텔 안에서 정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내는 투쟁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이삼형 정책위원장은 “택시 노동자들은 14시간 16시간 일해도 고정급으로 30만 원, 60만 원 받는 경우가 있다. 최소한 주 40시간 최저임금 이상을 기본 고정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택발법 11조 2항은 근무시간을 정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라는 법 조항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단서 조항을 개정하게 되면 이 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되고, 택시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