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사상 최악의 세수결손
59.1조원 올해발 세수결손 예상
정부는 지난 18일 2023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예산(400.5조원) 대비 59.1조원 부족한 341.4조원 수준으로 예상했습니다. ‘2023년 세수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입니다. 계속 연기하던 세수추계를 이제야 발표한 것입니다.
요지는 세수 감소는 외부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글로벌 경제 둔화로 인해 상장사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31% 줄어들어 38조 원 줄어들고 주택 거래 감소로 7.7% 줄어 2.7조원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외국도 급격한 경기변동으로 세수 오차율이 크기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은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한쪽 면에 대한 주장입니다. 특히 법인세는 작년도 실적에 대한 과세가 대부분이고, 정부의 세율조정을 통한 감세가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격입니다. 더군다나 올해 시작된 경기 위축에 이어 이번에 제출된 세법개정안까지 포함된다면 더욱 세수는 감소할 것입니다. 계속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 전망이 우울합니다.
이것은 재정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 집착한 것이 아닐지 하는 우려를 하게 합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다보니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어 정부기여로 인한 성장이 더 줄어들고 그래서 세금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세수추계 오류 계속될 가능성
그런데 지금은 7월기준 추계입니다. 5개월이 더 남았습니다. 지금 추세로 감소율이 똑같이 진행된다 해도 73조원 정도 세수결손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기재부는 상저하고로 나아지기 때문에 59.1조원에 멈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미 기재부의 5년간 추계보다도 더 많은 액수가 올해 안에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초부터 계속된 상저하고 이야기는 하반기 절반이 남은 지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황에 따라 더 악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기재부의 자료를 근거로 한 [나라살림 보고서]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지자체별 감소액 추정(7월말)에서 세수오차 차이가 더욱 더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나타납니다. 세수 진도율 격차 11.1%P에서 12.1%P로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7월 기준 내국세의 세수진도율은 54.9%로 작년 동기 67.0%보다 12.1% 낮고, 최근 5년간 평균인 65.9%보다는 11.0% 낮은 것으로 나타나 세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수 진도율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난 6월과 비교하면 2022년과 2023년의 격차가 11.1%에서 7월에는 12.1%로 1.0%P 더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으며,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도 6월에 9.1%의 격차에서 7월 11.0%로 1.9%P 더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것은 2024년 세수추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감세라는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건전성과 모순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심각해지는 세수추계 오류
그런데 이번 세수결손의 핵심적인 요인이 경기 문제라는 것도 모순이 생깁니다. 이번 법인세는 상당부분이 작년도 영업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은 작년 말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감세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예측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61.4조원, 2022년 53.3조원 등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로 인해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그나마 앞선 두 번은 과소 추계가 문제가 되었고, 이번에는 과다 추계가 문제가 된 것이 다릅니다.
그나마 과소추계는 행정의 무능이나 의도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돈이라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과다추계로 인한 세수결손은 재정에 위기를 가져옵니다. 결과적으로 세수전망 실패로 수십조 원의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정부 재정 운용에 대한 불신을 낳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내년부터 대규모 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올해 경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내년 세수도 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년 경제상황도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인 2024년과 2025년도 과대 추산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지속 될 경우 더 열악해질 지방정부 재정도 우려됩니다.
이제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국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재정운영의 목적은 재정의 건전성이 아니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입니다. 그럼에도 세수추계 오류에 대한 대책은 기존의 방식을 한층 더 발전시켜나가는 한편 면밀한 검증보완 노력을 하겠다는 정도의 대책입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문제를 인정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