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포스코DX 재임 시절 3년 동안 정관에 없는 사업을 수행하도록 방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덕균 전 사장이, 현재 포스코DX 상임고문 자리를 유지한 채 코스닥 상장사의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사업 추진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IT 전문가로 내세웠지만, 정작 기업의 헌법과도 같은 정관 관리에서 심각한 과실을 드러낸 정 전 사장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고도의 기술적·법적 판단이 필요한 신성장 기업에서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오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덕균 전 포스코DX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제3-1호 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 전 사장이 재임했던 포스코DX도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포스코DX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바로 정 전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한 ‘정관 오기재’를 정정하는 일이다. 회사 측은 제2호 의안을 통해 과거 이사회와 주총 단계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사업목적 변경 세부 내역’의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 ‘보유’를 ‘미보유’로… 3년간 정관에 없는 사업 수행 ‘행정 참사’
실제 2023년 당시 의결된 정관 내역을 보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난다. 포스코DX는 사업부 요청에 따라 기간통신사업 항목을 추가했지만,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는 ‘회선설비 보유 무선사업(MNO)’이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에 해당하는 ‘회선설비 미보유 무선사업(MVNO)’으로 잘못 기재했다.
하지만 실제 포스코DX는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는 ‘회선설비 보유(MNO)’ 사업자로 선정되어 제철소 내 5G 특화망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3년간 정관에 없는 사업을 수행한 셈이다. 상법상 정관 범위를 벗어난 사업은 원천 무효가 될 위험이 있으며, 대표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이나 세무상 가산세 부과 등 재무적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판례가 목적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상장사가 이 같은 법적 결함을 3년이나 방치한 것은 경영진의 중대한 실책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이번 정정을 ‘사업부 요청 내역의 오기 정정 및 명확화’라고 설명하며, 3년 전의 기초적인 행정 실수를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 사업목적 변경 제안 주체 ‘이사회 결의’… 대주주 포스코홀딩스 책임론도

정 전 사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포스코DX 대표이사를 지냈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사업목적 변경의 제안 주체가 ‘2023년 2월 이사회 결의’로 명시돼 있어, 이사회의 책임이 무겁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2월 17일 열린 제2회 이사회에서는 오류가 담긴 ‘회사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최종 가결됐으며,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정덕균 대표이사와 B 사내이사, C 기타비상무이사, D 사외이사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한 달 뒤인 2023년 3월 20일 열린 제34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해당 안건은 별다른 여과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당시 주총에서는 오기재된 정관 변경안(제2호 의안)은 물론, 정 전 사장 본인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제3-1호 의안) 등 모든 의안이 통과됐다. 본인이 저지른 행정적 실수가 담긴 ‘오답지’를 주주들로부터 공식 승인받는 동시에, 본인의 경영권까지 다시 한번 보장받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책임론도 나타난다. 2023년 3월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는 65.38%의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포항공과대학교(0.78%)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합계 지분율은 66.16%에 달했다. 특히 정 전 사장 본인 역시 기초 3,006주에서 기말 18,008주로 보유 주식을 늘리며 자신의 연임과 정관 변경 안건에 힘을 보탰다. 사실상 대주주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행정적 결함이 담긴 안건이 아무런 제동 없이 통과된 셈이다.
포스코DX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담당자의 실수로 ‘회선설비 보유 무선사업’이 ‘회선설비 미보유 무선사업’으로 기재되는 ‘휴먼에러’가 있었다”며 “어디까지나 실수에 따른 것으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사업부의 요청으로 주주총회 의안으로 상정됐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