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교수 “CVC 허용해도 벤처 혁신 안 일어나”
정부가 지난 7월 말 일반지주회사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는데, 찬반 여론이 뜨겁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업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하고, 세부 조건이 너무 많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도 CVC를 계열회사로서 지배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의 벤처투자가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이 방안이 발표됐다.
주요 선진국은 대기업의 CVC 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실제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주제로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간 대담 자리가 마련됐다.[편집자 주]
박용진 의원은 13일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함께 유튜브채널 박용진TV ‘이슈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박 의원은 “정무위에 돌아오니 CVC가 핫한 이슈더라. 정부가 최근 허용 방침을 밝혔는데 찬반 여론이 뜨겁다”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문제라는데 금산분리가 도대체 뭔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는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 회사 같은 금융기관의 경영과 삼성전자, SK텔레콤과 같은 일반 회사, 산업자본의 소유와 경영을 서로 떼어 놓는다는 뜻”이라면서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거나,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교수는 “금산분리의 역사는 꽤 길다. 미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으로 기업과 은행이 줄도산한 이후 1933년 은행법을 제정해서 은행의 업무 범위를 제한해 왔다”면서 “우리나라도 1950년 5월 한국은행법을 제정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산분리의 원칙이 깨지면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이용해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면서 “은행이나 보험회사 같은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해서 남의 돈을 제 돈처럼 사용해 자금을 융통하거나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은행이 여러 산업에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해준 상황에서 한 회사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대출을 거둬들이는 등의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은행이 경제위기의 전파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일정 한도 이상의 대출을 막는 등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인터넷은행법의 통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 폐해, 삼성만 특혜를 누리고 있는 보험업법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이 미워서가 아니”라면서 “경제의 시한폭탄이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엄연히 법이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많은 지금은 금산분리 원칙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계열사 돈과 총수 돈은 다르다”면서 “계열사가 돈이 많으면 은행 돈을 안 써도 되니 사금고화 위험 요소는 줄어들겠지만, 재벌이 계열회사들을 거느리는 왕국을 건설하려면 금융기관 지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 교수는 “기업이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이용하게 되면 일감 몰아주기 같은 경제력 집중이 생기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경영 왜곡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CVC가 허용되어도 벤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일반 지주회사를 구축했거나 앞으로 구축할 수 있는 거대 재벌을 위한 특혜”라고 단언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오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대기업의 CVC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오기형, 이용우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한다.
전성인 교수와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이 공동 발제를, 권영준 경실련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또 김남주 참여연대 변호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회계사,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 구성림 공정위 과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