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찬반 투표에 ‘한수원 자회사’ 관계자 다수 참여 드러나
최근 정부는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확충과 관련해 주민 의견수렴 결과(찬성 81.4%)를 토대로 추진 결정을 사실상 확정했는데, 이 의견수렴 시민참여단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100% 자회사 관계자 등이 다수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맥스터 증설 건 시민참여단 145명 중 한수원 자회사 및 협력업체 관계자 21명 명단을 공개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내 기존 맥스터 부지 옆에 16만8천 다발을 보관할 수 있는 맥스터 7기를 더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경주와 울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 왔다.
그런데 지난 24일 시민참여단 145명을 상대로 맥스터 추가 건설 여부를 최종 설문(3차)한 결과 찬성 81.4%(118명), 반대 11%(16명), 모르겠다 7.6%(11명) 순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의견 수렴 결과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했다.
이에 양남면대책위와 경주 감포읍·양북면 주민들이 직접 시민참여단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수원 자회사인 시큐텍(특수경비업무), 퍼스트키퍼스(건축물 일반 청소업) 관계자 10명과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한전KPS의 협력업체 등 한수원 이해 관계자 총 21명이 시민참여단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양남면대책위는 시민참여단 모집과정에 한수원이 개입한 정황을 목격한 주민 진술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 이해관계자가 다수 포함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산업부 국·실장은 “경주지역 공론화 시민참여단 모집과정에서 한수원 정직원만 배제하고,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는 배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올해 6월 경주 양남면 주민 89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는 맥스터 건설 반대가 55.8%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의원은 “소위 중립적인 인사라며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탈핵단체 등을 배제한 산업부가 한수원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 직원을 시민참여단에 참여시킨 것은 심각하게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이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일갈했다.
같은날 여당 의원인 더민주 이수진 의원도 SNS 글을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맥스터 증설 건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며 맥스터 증설 공론화 결과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24일 재검토위원회의 3차 지역주민 의견수렴 결과, 찬성이 81.4%, 반대가 11% 나왔다”며 “원전 시설의 증설처럼 찬반이 첨예한 사안에서 81.4%라는 수치는 저로서도 선뜻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경주시민 3,000명을 모집단으로 무작위로 추출한 뒤 그 중 ‘참여의사를 밝힌’ 145명만을 시민참여단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며 “경주는 한수원 본사와 관련 협력업체들이 소재하는 도시다. 이런 구조라면 맥스터 증설에 찬성하는 경주시민들이 시민참여단에 더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시설에 인접해 있음에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론화에 참여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원전시설 반경 30km를 의미) 지역주민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지역 의견수렴은 재검토위원회 소관사항으로 한수원은 이해관계자로서 참여 및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한수원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 직원이 시민참여단에 포함된 사실은 한수원 답변 범위를 초과한 내용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