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카스’의 불편한 진실…국제 평가 ‘최악’, 가격 인상만 지속

국내 맥주 시장을 장악한 오비맥주 ‘카스’가 해외 맥주 평가에서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가격은 꾸준히 오르지만 품질은 뒷전이라는 비판 속에, 오비맥주가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국내 독점에 안주하며 소비자를 외면한 경영”이라는 업계의 쓴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 맥주’라는 별칭이 무색하게도, 카스는 글로벌 맥주 평가 플랫폼에서 경쟁 제품들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맥주 평가 사이트 ‘비어애드버킷(BeerAdvocate)’에서 카스는 50점대 초반에 머물며 “다시는 마시고 싶지 않은 맥주”라는 혹평을 받았다. 같은 플랫폼에서 미국의 스카이와 나란히 최저 점수를 기록한 반면, 하이네켄은 65점, 일본 아사히는 66점, 심지어 북한의 대동강 맥주는 75점을 받아 카스를 크게 앞섰다.
또 다른 평가 플랫폼 ‘언탭트(Untappd)’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8만4천 명 이상의 소비자가 참여한 평가에서 카스는 국내 경쟁 맥주인 켈리, 클라우드뿐 아니라 수입 맥주들에도 밀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 평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선호도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 본업은 뒷전, 소주·크래프트 사업에만 집중
오비맥주는 맥주 품질 향상에 힘쓰기보다는 소주와 크래프트 맥주 시장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8년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를 인수하며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자회사 엑스벤처스는 2023년까지 113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실패로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크래프트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품질이 뛰어나거나 충실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 결국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2023년에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소주 제조 경험이 전무한 오비맥주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맥주 품질 개선엔 손도 대지 않고 엉뚱한 사업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가격 인상은 계속, 소비자 부담 가중
오비맥주는 2023년 4월 1일, 3년 연속 맥주 출고가를 올렸다. 배하준 대표 취임 이후 세 번째 인상이다. 2022년 평균 7.7%, 2023년 6.9%에 이어 이번엔 2.9% 인상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 폭은 훨씬 크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카스 355㎖ 캔은 기존 2250원에서 2500원으로 11% 뛰었다. 도매상, 소매점, 외식업체의 유통 마진이 더해지며 최종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오비맥주가 원부자재 가격을 핑계로 가격을 올리지만, 실제로는 비용 절감에 비해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버드와이저 에이팩 이스트 부문은 2023년 13억5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2.7% 성장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3.6% 증가에 그쳤지만, 조정 EBITDA는 33% 늘었고 수익률은 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품질 개선이 아닌 가격 인상에 기댄 수익 증가라는 분석이다.
■ 품질 투자 없이 시장 지배력만 앞세운 경영
업계 전문가들은 “오비맥주가 소비자의 만족을 외면한 채,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품질 전략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못하다”고 보도하며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제조 공정과 품질 개선에 나서며 국제 평가에서 호평을 얻었지만, 오비맥주는 1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 대규모 투자, 맥아 품질 개선 등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 ‘한국 이름’ 내세운 CEO, 진정성 논란
오비맥주를 이끄는 배하준 대표는 본명 ‘베르하르트’ 대신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며 “한국 소비자와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다. 소비자 단체와 외식 업계는 “사전 고지 없는 잇단 인상으로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며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은커녕 일방적인 경영”이라고 성토한다.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품질과 가격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외국계 기업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