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개 계열사 누락 혐의’ 역대급 규모… 지정 지연 3년새 진행된 승계 의혹
성래은 부회장 개인회사 래이앤코, 17세 딸 3세 승계 지렛대 의혹까지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자산 5조 원 미만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핵심 자료만 내라고 했고, 그래서 실무자가 내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자산 규모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82개 계열사를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 영원그룹 성기학 회장 측이 내놓은 실제 해명이다. 2022년까지 지주회사 체제 중심의 주력 계열사 5곳만 제출해 놓고, 나머지 82곳의 누락은 공정위의 ‘자료 간소화’ 방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하급자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성 회장을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누락된 회사는 역대 최다인 82개, 숨겨진 자산만 3조 2천4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31조 제4항(자료제출 의무) 및 제125조 제2호(허위제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 벌금)를 적용했다. 창업자이자 1987년부터 총수 지위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하급자에게 자료 제출을 포괄 위임한 것 자체가 허위 자료가 제출될 수밖에 없음을 용인한 ‘미필적 고의’라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과 두 딸, 남동생, 조카가 소유해 ‘모를 수가 없는’ 회사들을 무더기로 누락한 점, 이 역대 최대 규모의 누락을 통해 역대 최장기간(3년) 대기업 시책 적용을 전면 회피한 점은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법의 근간을 훼손한 ‘현저히 중대한 위법’으로 공정위는 규정했다.
결국 ‘깜깜이 3년’ 동안, 숨겨진 82개 사의 면면과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성 회장의 해명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를 피한 사이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승계 발판을 마련한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의 개인 회사 ‘래이앤코(ray & co,)’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 부회장이 자본금 5억 원을 들여 설립한 래이앤코는 성 부회장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유한회사다.
지정자료 허위 제출 의혹이 제기된 2021~2023년 사이 래이앤코의 주소는 ‘서울 중구 만리재로 161’ 3층으로, 현재도 동일하다. 성래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영원그룹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중구 만리재로 159)와 성기학 회장이 대표로 있는 ㈜영원무역(중구 만리재로 159) 본사 건물과 바로 옆 건물로 맞닿아 있다.
당시 종업원이 4명에 불과했던 이 소형 광고대행사는 2021년 기준 전체 매출 10억 원의 65%를 주력 계열사인 영원무역 등과의 내부 거래로 채우며 운영됐다. 2018~2022년 매출은 한 해 적으면 5억 원, 많으면 16억 원까지 오르내렸다.
회사 경영진의 면면도 의구심을 키운다.
원래는 영원무역 소속 박 모 전무가 래이앤코 대표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다가, 현재는 성래은 부회장이 대표직을 넘겨받았다. 2022년 8월까지 래이앤코의 이사회 멤버는 성 부회장과 박 전무 단 2명뿐이었으며, 박 전무는 같은 달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 회사에서 퇴임한 박 전무는 현재 영원무역 글로벌재고관리 전무와 ㈜영원아웃도어 영업·물류 전무를 겸직하고 있는 그룹 핵심 임원이다.
셋째 딸 영원아웃도어 성가은 부사장의 회사도 마찬가지다.
성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대학로 공연기획사 ‘티오엠(TOM)’은 2024년 기준 종업원이 아예 없는 ‘1인 회사’다. 성 부사장이 2014년 5월 자본금 1억 원으로 창업해 설립 이래 유일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티오엠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대학로문화공간’ 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건물은 지하 4층~지상 6층 규모(연면적 약 1,103평)로 성기학 회장의 개인 소유다. 당초 지주사 YMSA 소유였으나 2000년 성 회장이 직접 사들였다. 결국 성 부사장은 부친 소유 건물에서 1·2관 도합 550여 석 규모의 공연장 대관 및 아카데미 사업을 벌여온 셈이다. 이 건물에는 성 회장의 부인이자 성 부사장의 모친 이선진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목금토’도 함께 위치해 있다.
성 부사장의 또 다른 개인 회사인 ‘피오컨텐츠’ 역시 지정 자료에서 누락됐다. 2007년 설립된 이 공연기획사는 2020년 ‘포포투’ 합병을 계기로 업종을 전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성 회장 두 딸이 소유한 래이앤코, 이케이텍, 피오컨텐츠 등은 영원무역홀딩스, YMSA 등 주력 계열사와 거래 관계가 존재했다”고 밝혀, 규제 사각지대에서의 사익 편취 의혹을 뒷받침했다.
친인척이 장악한 번듯한 중견·강소기업들도 줄줄이 지정 자료 제출 명단에서 빠졌다. 성 회장의 조카인 성 모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업력 59년 차 중견 식품제조사 ‘㈜푸드웰(직원 176명)’과 냉동만두 전문업체 ‘㈜푸르온(연 매출 772억)’ 등이 대표적이다.
성 모 씨가 이끄는 또 다른 회사 ㈜후드원은 2024년 푸드웰에 약 60억 원어치의 즉석조리식품을 전액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3촌(김 모 이사)이 있는 ‘오픈플러스건축사사무소’ 역시 같은 해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와 영원무역을 합쳐 7억 4천만 원의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놀랍게도 그해 이 건축사사무소 매출의 100%가 그룹 내부거래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지정 누락 사태의 배경에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성 회장(49.9%)과 성 부회장(50.1%)이 지분을 양분한 완벽한 ‘부녀 회사’이자 지주사의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YMSA’가 이러한 자금 흐름의 핵심 통로로 분석된다.
성 회장은 대기업 지정이 누락됐던 2023년 3월, YMSA 지분 50.01%를 성 부회장에게 전격 증여하며 사실상 경영 승계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약 8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골적인 계열사 동원 정황이 포착됐다. 성 부회장이 YMSA로부터 거액을 대여받고, YMSA는 이 자금을 맞추기 위해 보유 중이던 600억 원대 대구 본사 빌딩을 주력 계열사인 영원무역에 매각한 것이다.
여기에 YMSA는 해외 계열사 3곳과 영원아웃도어 등으로부터 한 해에만 총 496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성 부회장은 일감을 몰아준 이 해외 계열사 3곳에 모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셀프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무혈 승계’를 마친 성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도덕적 해이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성 부회장은 2025년 영원무역 등에서 총 126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아 재계 여성 경영인 연봉 1위에 올랐다. 그룹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본인의 보수만 전년 대비 50% 이상 셀프 인상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거액의 증여세 대여금 상환용 현금 확보가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최근에는 10대 미성년자인 3세의 지분 세습까지 닻을 올렸다.
성 부회장의 딸인 구서진(당시 17세) 씨가 지난해 지주사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가 하면, 과거 적자였으나 내부거래를 통해 흑자로 돌아선 알짜 비상장사 ‘래이앤코’의 지분 30%를 성 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다. YMSA를 키워 2세 승계의 지렛대로 썼던 꼼수 공식이 래이앤코를 통해 3세에게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자산총액 5조 원 미만 기업집단의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간소화 제도를 악용해 계열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 총수를 고발한 최초의 심결”이라며 “기업 편의를 위해 운영되어 온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허위 제출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향후 유사 위법 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이자 다른 법령에서도 대기업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앞으로도 정확한 자료 제출이 이뤄지도록 감시를 지속하고 위법 행위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