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주요 기사

삼성전자 EUV 기밀, 대학 연구원 통해 샜다…상반기 ‘기술유출 점검’은 외주 생산업체만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공시한 2026년 반기보고서의 준법지원 점검 내역. 상반기 점검분야에 '기술유출'이 적힌 항목은 3월과 5월 두 차례 실시한 '국내외 제3자 생산 거래선 준법 점검'뿐이다. 대학이나 산학협력 연구기관 점검은 목록에 없고, 회사는 일부 대상 조직을 골라 점검했다고 적었다. (출처=삼성전자 2026년 반기보고서)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공시한 2026년 반기보고서의 준법지원 점검 내역. 상반기 점검분야에 '기술유출'이 적힌 항목은 3월과 5월 두 차례 실시한 '국내외 제3자 생산 거래선 준법 점검'뿐이다. 대학이나 산학협력 연구기관 점검은 목록에 없고, 회사는 일부 대상 조직을 골라 점검했다고 적었다. (출처=삼성전자 2026년 반기보고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 자료가 산학협력 과제를 하던 대학 연구원의 개인 클라우드로 빠져나가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해 상반기 준법점검 내역을 보면, 기술유출 분야 점검 대상은 협력 생산 거래선뿐이었고 대학·산학협력 연구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5부(부장검사 박경택)는 지난 26일 국내 한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원 A씨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제신문이 27일 처음 보도했다.

A씨는 삼성전자와 산학협력 과제를 하는 동안 일정 기간 삼성전자 직원 신분을 받아 회사 내부 기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공소청은 A씨가 이 권한으로 반도체 공정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무단으로 옮기고, 산학협력 과정에서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출된 자료는 삼성전자가 아직 출시하지 않은 차세대 제품의 EUV 노광 공정 정보다. EUV 노광은 파장이 매우 짧은 빛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첨단 공정이다. 자료에는 빛에 반응해 회로 모양을 남기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의 종류와 공정 온도, 용매 같은 세부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청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A씨가 수사에 협조한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반출 사실을 비교적 빨리 파악했고, 자료가 해외로 넘어간 정황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공소청은 외부 유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기술유출 점검은 ‘제3자 생산 거래선’ 두 차례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의 준법지원 점검 목록에서 ‘기술유출’을 점검 분야로 적은 항목은 ‘국내외 제3자 생산 거래선 준법 점검’ 하나다. 3월과 5월 두 차례 실시했다. 회사 제품을 대신 만드는 외부 생산업체를 점검한 것이다.

나머지 점검은 특허출원 절차와 고객사 영업비밀 침해 위험(4월), 국내 구매조직과 해외법인·자회사(6월) 등이었다. 대학이나 산학협력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점검은 목록에 없다. 회사는 각 점검이 일부 대상 조직을 골라 실시한 것이라고 적었고, 보안 부서의 별도 점검 내역은 공시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유출 통로가 된 것은 생산 거래선이 아니라 외부 연구자에게 준 내부 접근 권한이었다. 그 권한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승인했고 어떻게 점검했는지는 공시만으로는 알 수 없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올해 기술유출 문제를 다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이사 전원이 참석한 1월 28일 수시 회의 안건은 ‘반도체 기술유출 관련 후속 보고 후 논의’였다. 어느 사건에 대한 후속 보고인지는 적혀 있지 않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은 앞서 퇴직자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긴 혐의로 전직 임원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같은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김모 전 부장은 올해 4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년4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때는 이직을 앞둔 내부 인력이 통로였다면, 이번에는 외부 공동연구자였다.

반도체 사업은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DS(반도체)부문장으로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전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5명 등 8명이다.

지배구조 정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최대주주는 삼성생명(보통주 8.51%)이고, 삼성물산이 5.11%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지분 22.01%를 가진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상근 회장이지만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며,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도 이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은 오르지 않았다.

A씨가 빼낸 자료의 범위와 외부 유출 여부, 삼성전자가 반출을 알게 된 시점은 재판과 추가 수사에서 가려진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SC 또는 배경 클릭하여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