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이하 ‘지부’)가 새 정부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을 향해 배달 라이더의 생명과 권리를 위한 ‘(가칭)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7월 16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 7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자회견이 열렸고, 이어 서울 쿠팡 본사 앞 기자회견과 배달의민족 본사 점거농성, 그리고 전국 앱오프 집중행동까지 이어지며 뜨거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행동은 폭염 속에서도 강요되는 라이더들의 위험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플랫폼 기업들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를 규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배달의민족의 과도한 프로모션은 ‘죽음의 미션’이라 불리며 라이더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폭염 속 ‘생존 강요’…위험에 노출된 라이더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염 속 배달 노동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현재 구조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강요이며,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기본적인 법적 기준조차 무시한 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260건의 배달을 달성하면 30만 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시행했는데, 이는 하루 67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이를 폭염 속 ‘죽음의 미션’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지부의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라이더의 43%가 온열질환 증상을 경험했고, 그중 즉시 근무를 중단한 경우는 17.9%에 불과했다. 쉼터도, 휴식 기준도 없는 환경에서 라이더들이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무리한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하청구조 심화와 해외 자본의 이윤 독식

지부는 배달의민족이 하청사 등급제를 시행 중이며, 쿠팡 역시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청사 간 경쟁을 유도해 소속 라이더에게 실적 압박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배달앱의 하청구조가 착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청 라이더는 일반 라이더보다 낮은 건당 운임(1,000원대)을 받고 있으며, 2중·3중의 수수료 부담까지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탈세, 명의도용, 산재보험료 전가 등 각종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실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부는 지적했다.
또한 지부는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과 쿠팡이 각각 독일과 미국 자본에 속해 있으며, 지난 2년간 배달의민족이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본사로 송금했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이 결국 현장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부는 이날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안전운임제 도입: 과도한 프로모션 제재 및 기본운임 현실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폭염·폭우 대응, 쉼터 설치, 알고리즘 공개 등 ▲라이더 자격제 및 대행사 등록제: 유상보험, 안전교육 의무화 ▲개인정보 보호 대책: GPS 24시간 추적 금지, 명의도용 방지 등의 의제를 제안했다.
배달노동에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운임을 무제한 삭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배달노동을 넘어 향후 플랫폼노동 전반의 기준을 정립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구호와 함께 이날의 투쟁은 배민 본사 로비 전격 점거로 이어졌다. 라이더들은 “하청 착취 철폐하라!”, “폭염 속 죽음의 미션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로비 한복판에서 ‘다이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배민은 그간 라이더들의 본사 출입을 사실상 금지해 왔다. 이날의 로비 점거는 바로 그러한 배제 구조를 정면으로 돌파한 상징적 행동이었다. 지부는 퍼포먼스 직후 배민 측에 요구안을 공식 전달했고, 점거농성을 평화적으로 해제했다.
지부는 이번 점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배민과 쿠팡의 운임 삭감과 하청 착취 구조에 맞서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배달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배달 프로모션이 라이더들에게 더 많은 수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강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프로모션은 라이더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설계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쟁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배달 라이더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