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등 10개 여성단체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8일 공동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표성 관련 규정이 삭제되는 등 여러 지점에서 후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8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 정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동일한 목적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여성 대표성 후퇴 ‘논란’
오랜 기간 언론과 시민사회는 반민주적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추진되었던 안과 비교했을 때 여러 부분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내에서 여성 대표성을 보장하여 성평등을 실현하고 공공성을 높이려던 노력이 반영되지 못한 점은 비판의 핵심이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위원회 구성 시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공영방송사 이사회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 학계, 시청자위원회가 KBS 이사를 추천할 때 특정 성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명시했으나, 이번 통과된 법안에서는 해당 조항이 완전히 삭제되었다.
■ 정당 추천권 제도화 우려, 시민 참여 부족 지적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 추천권을 국회, 학계, 시청자 등에게 분산시켜 정권의 영향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의 40%를 국회가 추천하도록 한 조항은 21대 국회 안의 30%보다 늘어난 수치로, 기존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정당의 추천권을 제도화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후퇴가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시민들이 문제 제기할 기회는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당과 언론은 법안 통과 자체에만 집중하며, 정작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입법 과정은 ‘법안 처리 속도’를 중시하여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법안의 후퇴 지점에 대한 공론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25년 만에 이루어진 개정안 통과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오랜 기간 논의되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첫걸음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여성 대표성 보장 규정 삭제와 같은 후퇴 지점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는 향후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