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철회하고, 기간산업에 대한 공적책임 강화해야”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과 함께 28일 오후 3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조국혁신당 신장식,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누구를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2020년부터 산업은행 주도 하에 진행된 인수합병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당초 합병의 근거로 제시되었던 세계 7위 항공사로의 도약과 아시아나항공의 회생불가라는 명분이 현재는 사라졌음을 지적했다. 또한, 화물부문 분리매각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의 무형자산을 다 사모펀드에 넘기고 부채만 남기는 과정”이라며, “정상적인 M&A라면 이 정도에서 포기하는 게 상식적이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이득을 제외하고는 회사?국가?노동자 모두에게 전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사모펀드의 운수사업 진출문제와 항공산업의 운영 개입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화물부문 매각의 실질적 당사자인 사모펀드 소시어스는 인화정공이 실질 지배 주주인데, 인화정공은 과거 HSD엔진을 인수한 후 한화그룹에 되팔면서 이익을 극대화한 전력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기간 5년 이후 같은 양상이 (항공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모펀드가 개입한 화물부문 매각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또한, “항공산업은 공적자금이 투여된 영역임에도 공적 거버넌스가 없다. 해외 사례를 보면, 지출내용 공개, 배당금 분배 금지, 관련 노동규정 준수 등 국가가 돈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일정한 의무가 부여되며, 항공 산업의 전략적인 특성을 반영해 국가에서 지분을 보유한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기간산업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은 “한진칼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후 4년 동안 누구도 감시하지 않았고, 책임지지 않았다.”며 국회와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여한 걸 받아내려고만 하고, 산업을 정상화하는 것에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막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공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곽재균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비행안전실장은 “합병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위기는 인건비가 과도한 문제가 아니라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차입금에 대한 과도한 이자율이 더 큰 요인”이라며, “슬롯반납은 국가적 손실인 동시에 노동자 고용불안으로 이어짐이 분명하고,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최 측의 요청으로 산업은행과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의 참가자가 2시간 반 동안 토론회장을 가득 채우며 이 사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