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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킹 후폭풍…SK텔레콤, ‘회생 신청한 대리점’ 상계 적법성 이견에도 수수료 전액 공제 강행 논란

법원이 지난달 22일 대리점 운영 회사의 간이회생 신청에 내린 보전처분 결정. 회생 개시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빚을 갚거나 돈을 빌리는 일, 재산 처분, 노무·생산직을 뺀 직원 채용이 모두 막혔다. 사건번호와 회사·대리인 정보는 가렸다. (출처=대리점 제공)
법원이 지난달 22일 대리점 운영 회사의 간이회생 신청에 내린 보전처분 결정. 회생 개시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빚을 갚거나 돈을 빌리는 일, 재산 처분, 노무·생산직을 뺀 직원 채용이 모두 막혔다. 사건번호와 회사·대리인 정보는 가렸다. (출처=대리점 제공)

대리점 측 법무법인, 소송·공정위 신고 예고…아내 판매점 단말기까지 심야 회수, SK텔레콤은 개입 부인

14년째 SK텔레콤 대리점을 운영해 온 사업자가 해킹 사태 이후 유심 교체 사태를 수습하다 경영난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며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그러나 본사에서 받아야 할 영업수수료마저 기존 빚 상환에 통째로 공제되면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막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가 시작된 뒤 10월 수수료는 들어왔지만, 9월에 공제된 3148만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27일 뉴스필드가 입수한 법원 결정문과 양측 내용증명, 정산 자료 등에 따르면 수원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운영 회사는 지난달 21일 법원에 간이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튿날 회사 재산을 지키고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는 명령을 내렸다.

대리점주 A씨는 해킹 이후 유심 교체 업무에 인력이 쏠리면서 영업에 차질이 생겼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나가 매장들을 닫아야 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은 회생을 신청한 21일 SK텔레콤 지역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카카오톡 대화에는 담당 매니저가 22일 오후 4시 26분 접수를 확인한 답신이 남아 있다. 늦어도 이날에는 SK텔레콤 담당자가 회생신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23일 오전 SK텔레콤 담당자는 대리점 상황과 법원 결정을 존중해 수수료 지급을 준비하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4시간여 뒤인 오후 2시 42분에는 법무팀 검토 결과 상계가 가능하다며 수수료를 상계하겠다고 통보했다.

상계는 서로 주고받을 돈을 같은 금액만큼 지우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대리점에 줄 수수료에서 대리점이 갚아야 할 대여금을 뺐다. 근거는 지난 6월 30일 양측이 맺은 분할상환 합의로, 대여금 원금 1억원을 매달 2000만원씩 수수료에서 상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리점에는 이 합의서 원본이 없다. A씨는 합의서에 회사 법인 도장을 찍어 SK텔레콤에 제출하면 원본을 돌려받기로 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이 가진 것은 SK텔레콤 직인만 찍히고 대리점 도장은 없는 양식 출력물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합의를 근거로 실제 수수료 공제도 이뤄졌다. 8월 영업분으로 9월 27일 지급될 예정이던 정산서에는 수수료 3148만1496원이 전액 공제돼 최종 지급액이 0원으로 표시됐다. 공제액에는 대여금 상환분 2000만원을 비롯해 이자와 휴대전화 개통 관련 여신 등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이 낸 8월 영업분 공제내역 일부. 받을 수수료와 인센티브 3148만1496원이 모두 공제돼 공제 후 실지급액이 0원으로 찍혔다. (출처=대리점 제공)
SK텔레콤이 낸 8월 영업분 공제내역 일부. 받을 수수료와 인센티브 3148만1496원이 모두 공제돼 공제 후 실지급액이 0원으로 찍혔다. (출처=대리점 제공)

공제는 다음 달 정산 화면에도 잡혔다. 10월 27일 지급을 하루 앞둔 26일 조회 화면에서는 9월 영업분 수수료와 판매 보상금 1372만7254원이 모두 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급일인 27일 상황이 바뀌었다. 대리점이 제공한 계좌 거래내역을 보면 이날 오후 2시 7분 SK텔레콤 명의로 1368만854원이 입금됐다. 뉴스필드가 SK텔레콤에 상계 범위를 질의한 다음 날이다.

하지만 9월에 공제된 3148만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 치 수수료가 통째로 빠지면서 대리점의 운영자금 부족은 이어지고 있다. A씨에 따르면 경영난으로 여러 매장을 폐점한 뒤 현재 남은 본점에는 직원 4명이, 가족이 운영하는 별도 판매점에는 직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6명 모두 기혼자로 일부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A씨는 공제된 영업수수료를 돌려받지 못하면 직원 급여와 매장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회생절차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대리점 측 법무법인 “상계는 강행규정에 정면 위반”…소송·공정위 신고 예고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회생신청 사실을 알고 난 뒤 부담하게 된 채무는 기존 빚과 상계하지 못하도록 2호에 정해 두고, 나목에서 신청 사실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따른 경우만 예외로 뒀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회생신청 사실을 알고 난 뒤 부담하게 된 채무는 기존 빚과 상계하지 못하도록 2호에 정해 두고, 나목에서 신청 사실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따른 경우만 예외로 뒀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쟁점은 채무자회생법 제145조 제2호다. 회생신청 사실을 안 뒤 새로 지급할 의무가 생긴 돈은 기존 빚과 상계할 수 없다. 다만 같은 호 단서 나목은 신청 사실을 알기 전에 이미 지급할 원인이 생긴 돈이라면 예외를 인정한다.

대리점 측 법무법인은 SK텔레콤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이번 상계가 “강행규정에 정면 위반”돼 법률상 무효라고 못 박았다. 반박 논리는 두 갈래다.

첫째, 공제된 수수료는 회생신청 전에 확정된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은 8월분 정산금을 이루는 관리수수료와 판매 인센티브, 분기 성과 수수료 모두 9월 21일 이전에는 지급 의무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리수수료는 고객이 실제로 낸 요금에 따라 달라지고, 판매 인센티브는 가입 뒤 2~6개월 회선 유지 여부에 따라 다시 정산되며, 분기 성과 수수료는 3분기가 끝나는 9월 말 이후에야 확정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이 인용한 계약 조항에도 수수료 금액은 다음 달 25일까지 확정된다고 적혀 있다.

둘째, 6월 30일 합의 자체가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여금 1억원은 별도의 금전 대차 계약에서, 수수료는 가입자 모집·관리 업무의 대가로 생긴 돈이어서 두 채권은 서로 직접 연결된 관계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은 이런 채권끼리 미리 공제하기로 한 약정은 회생법의 상계 금지를 피해 가는 결과가 된다며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합의에 동의한 경위에 대해 본사와 거래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5조. 판매장려금 지급기준이나 판매수수료처럼 미리 합의한 거래조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바꾸는 행위를 3호에서 금지된 불이익 제공으로 정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공정거래위원회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5조. 판매장려금 지급기준이나 판매수수료처럼 미리 합의한 거래조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바꾸는 행위를 3호에서 금지된 불이익 제공으로 정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법무법인은 대리점법 위반도 주장했다.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은 본사 같은 공급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대리점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구체화한 ‘대리점거래에서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5조 제3호에서 “판매장려금 지급기준, 판매수수료 등 당사자가 사전에 합의한 거래조건을 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를 불이익 제공의 한 유형으로 정해 두고 있다.

법무법인은 먼저 SK텔레콤이 대리점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봤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SK텔레콤과의 위탁계약에서 대리점 매출 대부분이 나오고, 다른 거래처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와 영업인력 교육 등 SK텔레콤 대리점 운영을 위한 투자도 이미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수수료가 대리점의 유일한 수입원인데 SK텔레콤이 정산금 전액을 상계해 “사업 수행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법이 허용하지 않는 상계로 받아야 할 정산금을 한 푼도 주지 않은 것 자체가 대리점에 금전적 불이익을 떠안긴 것이라는 논리다. 법무법인은 대리점법 제34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경고했다.

법무법인은 내용증명을 받은 날부터 5영업일 안에 상계를 철회하고 정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응하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 소송 등 민사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에 나서고, 관련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소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 SK텔레콤, 8월분만 상계 가능 입장…10월분은 지급했지만 9월 공제 3148만원은 그대로

SK텔레콤은 뉴스필드에 전달한 입장에서 상계가 가능한 범위를 “9월 27일 지급할 8월분 수수료”로 한정했다. 이 수수료는 9월 21일 회생신청 전에 이뤄진 영업의 대가여서 제145조 제2호 단서 나목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 이후 지급할 수수료는 회생신청 사실을 안 뒤 새로 발생하는 돈이므로 상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10월 지급분은 공제 없이 입금됐다. 대리점 측은 9월 공제분 3148만원도 상계가 무효인 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킹 보상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SK텔레콤은 유통망에 충분히 보상했다고 밝혔지만, 대리점은 안내받은 보상액으로는 영업 차질과 임대료·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 남편 회사 회생에 아내 판매점까지 심야 단말기 회수…본사 개입 의혹, SK텔레콤은 부인

상계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던 지난 16일 밤, 불똥은 A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튀었다. 이 판매점에 단말기를 공급해 온 대리점 B사의 영업사원이 밤늦게 매장을 찾아와 단말기를 회수해 갔다.

대리점주 아내가 판매점 대표 명의로 단말기 공급 대리점 앞으로 작성한 20일자 내용증명 일부. 남편 회사와 자금이나 보증이 섞이지 않은 별개 사업장이고 대금 미납이나 계약 위반도 없었다고 적었다. 상호와 업체명은 가렸다. (출처=대리점 제공)
대리점주 아내가 판매점 대표 명의로 단말기 공급 대리점 앞으로 작성한 20일자 내용증명 일부. 남편 회사와 자금이나 보증이 섞이지 않은 별개 사업장이고 대금 미납이나 계약 위반도 없었다고 적었다. 상호와 업체명은 가렸다. (출처=대리점 제공)

아내가 판매점 대표 명의로 B사 앞으로 작성한 20일자 내용증명에 따르면, 판매점은 남편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이나 보증이 전혀 섞이지 않은 독립 사업장이며, 대금 미납이나 계약 위반도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전 통지나 사유 설명 없이 단말기가 회수돼 며칠 동안 찾아온 고객을 개통도 못 해주고 돌려보내야 했다며, 회수한 단말기 목록과 계약상 근거를 서면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 측은 B사 영업사원과 나눈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며 본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A씨 측이 정리한 녹취 내용에 따르면 이 영업사원은 통화에서 “SKT 회사가 내용을 알고 나서 회사로 이야기가 들어오긴 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단말기 회수가 자사와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SK텔레콤은 B사가 남편 회사의 회생신청 사실을 알고 자체적으로 거래 위험을 줄이려고 단말기를 회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개인적으로 10년째 봉사활동을 해왔고, 2024년에는 회사 차원의 사회환원팀을 꾸려 직원들과 지역아동센터 시설을 정비하고 후원금을 전달해 왔다. 지난해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A씨는 회생신청은 빚을 갚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갚을 방법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영업의 대가인 수수료마저 받지 못하면 매장과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리점주가 직원들과 이어 온 봉사·후원 활동과 지난해 받은 지자체 표창장. 왼쪽 위부터 취약계층 삼계탕 나눔, 지역아동센터 전기시설 보강과 물품 전달, 아동 행사 후원금 전달, 수원특례시장 표창이다. 얼굴과 업체명은 가렸다. (출처=제보자 제공)
대리점주가 직원들과 이어 온 봉사·후원 활동과 지난해 받은 지자체 표창장. 왼쪽 위부터 취약계층 삼계탕 나눔, 지역아동센터 전기시설 보강과 물품 전달, 아동 행사 후원금 전달, 수원특례시장 표창이다. 얼굴과 업체명은 가렸다. (출처=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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