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누리호 4차 발사에 대해 시민사회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기술적 성취 뒤에 감춰진 군사화, 환경 위협, 민주적 합의 결여를 지적하며 즉각적인 평화적·생태적 우주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하 시민단체)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누리호 4차 발사가 단순한 과학적 진보를 넘어 군사적 긴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누리호는 액체 연료 3단 로켓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번 발사는 한국 우주산업의 민간 주도 전환을 목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및 조립 총괄을 맡아 추진했다. 시민단체는 기업 주도의 우주 개발이 ‘우주력’을 군사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고 보고 해당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했다.
시민단체는 우주용 위성 발사체(SLV) 기술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 간의 근본적인 유사성을 지적하며, 이는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 구도를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가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공식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전쟁무기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주산업 재편은 기업이 패권 경쟁의 주요 주체로 나섰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발사체 제작뿐만 아니라 군사 활동의 핵심인 위성 생산에도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선제타격 능력 우려와 군 정찰 위성 사업
시민단체는 한화시스템이 결합된 425 군 정찰 위성 사업이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선제 타격(킬 체인)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는 기업의 우주 역량 강화가 단순한 산업 진보가 아니라 군사 경쟁 구도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성명서는 “우주의 환경과 평화를 보호하는 것은 지구의 환경과 세계의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라고 강조하며 군사적 우주 전략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 및 생태적 영향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누리호 발사 및 발사장 운영은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및 주변 해양 생태계, 연안 숲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반복되는 발사에 따른 소음, 진동, 화학 연료 배출은 물론, 향후 발사장 확장 및 기반시설 개발이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고 주민 삶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또한 정부가 로켓 발사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기후재앙 악화, 저궤도를 오염시키는 우주쓰레기 문제, 수만 개의 위성으로 인해 가려지는 별빛 등 우주 환경 영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계 5대 우주강국’이라는 수사는 개발·성장주의에 매몰되어 지구와 우주 환경 보존 책임을 망각한 행보라고 단언했다.
이번 발사가 기업 주도로 이루어졌음에도 우주 개발 정책의 방향성, 민군 겸용 여부, 환경영향,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 같은 핵심 쟁점들에 대해 시민사회 또는 해당 지역 주민의 참여나 공개 토론이 사실상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주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기술 중심의 홍보 속에서 평화적 이용이라는 더 큰 가치들이 무시되었다고 판단했다.
■ 환경영향평가 공개 및 공론장 법제화 촉구
시민단체는 모든 우주 개발 계획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의 전면 공개를 통한 모두의 알 권리와 주민 논의의 공론장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로우주센터 주변 생태환경 조사 결과, 발사 이후의 주민 영향 데이터, 발사체 종류, 위성 탑재 목적 등 핵심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전 공청회, 지역 주민 및 시민사회의 참여 절차가 법제화되고 이것이 향후 한국 내 모든 발사 과정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는 현 시대의 전쟁과 집단 학살이 우주의 식민화와 군사화 없이는 실현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누리호 4차 발사의 기술적 성취 뒤에 감춰진 위험을 필히 주시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들은 정부와 관련 기관에 즉시 군사적 우주 전략을 중단하고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우주 정책을 기초적 가치로 삼을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성명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성명은 누리호 발사 성공이라는 국가적 성취 이면에 존재하는 군사화 가속화와 지역 환경에 대한 공공적 논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명확히 제기했다. 이는 향후 한국 우주 개발 사업이 기술 중심의 경쟁 논리를 넘어선 평화와 생태적 가치 실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