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억 횡령 피소 뒤 실종 신고…회사는 최근 2년 적자 328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고려아연이 돈을 댄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가 잇따라 투자한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의 전 대표 A씨가 넉 달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A씨는 지난 7월 초 연락이 끊겼고, 그달 말 다른 회사에서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됐다.
3일 관련 보도와 업계에 따르면 A씨 가족은 A씨가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자 7월 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동선과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위치를 바탕으로 A씨를 찾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PD 출신인 A씨는 아크미디어 대표를 지낸 뒤 2025년 자동차 부품회사 B사의 사내이사로 옮겼다. B사는 당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새로 뛰어든 참이었다.
횡령 고소는 이 B사가 냈다. B사는 A씨가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렸다며 7월 말 고소장을 냈다. B사 자기자본의 1.14%에 해당하는 돈이다. 횡령 사건은 서울 성동경찰서가 맡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일부러 숨었을 가능성과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
아크미디어는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와 KBS 드라마 ‘연모’를 만든 회사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 이름을 씬앤스튜디오로 바꿨다.

아크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52%를 가진 원아시아 펀드(코리아그로쓰제1호)다. 고려아연은 이 펀드에 돈을 댔고,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이 펀드를 자회사(종속회사)로 적었다. 아크미디어 실적도 고려아연 연결 재무제표에 들어간다.
아크미디어는 최 회장 측이 먼저 투자하고 원아시아 펀드가 뒤따라 들어간 엔터테인먼트 회사 4곳 가운데 하나다. 최 회장은 가족과 개인 돈으로 투자조합을 만들어 2019~2021년 아크미디어, 슬링샷스튜디오, 비스포크랩, 하이헷에 투자했다. 원아시아 펀드는 1~2년 뒤 같은 회사들에 차례로 투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대표가 2019년 세운 사모펀드 운용사다. 고려아연과 경영권을 다투는 영풍·MBK파트너스는 원아시아 펀드가 이 4곳에 790억원을 넣었고 이 가운데 290억원이 아크미디어로 갔다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은 아크미디어 채권(전환사채)을 원금과 이자로 돌려받았지만, 펀드가 가진 250억원어치 채권은 주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영풍·MBK 쪽 주장이다.
■ 최근 2년 적자 328억…최대주주 펀드 회사도 사들여
아크미디어 실적은 최근 2년 동안 크게 나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감사보고서를 보면 아크미디어는 지난 3월 끝난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에 17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 전 해 손실 153억원을 더하면 2년 동안 약 328억원이다.
매출은 1년 새 712억원에서 289억원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데 든 돈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상태가 2년째 이어졌다. 그동안 쌓인 적자(결손금)는 2년 전 134억원에서 461억원으로 불었다.

적자가 이어지던 지난해 7월 아크미디어는 최대주주 펀드가 100% 가진 회사 포커스이엔지를 약 25억원에 통째로 사들여 합병했다. 포커스이엔지가 가진 재산 42억원 가운데 18억원은 아크미디어 주식이었다. 아크미디어가 자기 주식을 들고 있던 회사를 사면서 최대주주 펀드에 25억원을 준 것이다.
아크미디어가 발행한 채권(전환사채) 가운데 30억원어치는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왔다. 고려아연 계열로 분류된 또 다른 펀드 아비트리지제1호도 아크미디어 채권 57억원어치(3월 말 장부 기준)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 계열 와이피씨로 6월 말 기준 지분 25.21%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은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17.72%(9월 기준)를 확보하고 영풍과 경영권을 다투고 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 출자가 정상적인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영풍·MBK에 보낸 회신에서 다음 회의 때 자금 유용·이해상충 의혹을 검토한 뒤 조사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뉴스필드는 고려아연에 아크미디어 자금 흐름을 점검했는지, 아크미디어 투자로 본 손실이 얼마인지 등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