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 주주로부터 시세조종 혐의로 고소당한 남궁견 판타지오 회장이 과거 코스닥 상장사 세종메디칼의 재무적투자자(FI) 조합에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합은 세종메디칼이 코로나19 신약 개발사 제넨셀 투자를 공시한 지 8일 만에 보유 지분 328만여주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
남궁견 회장은 “세종메디칼이 어떤 기업인지도 잘 모른다”고 밝혔으나, 그의 이름은 전량 매도 두 달 전 공시에 이미 조합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엠씨컨소시엄 조합이 2021년 9월 1일 제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의 조합원 명단에 남궁견 회장의 이름이 있다. 대표조합원 1명과 일반조합원 34명 가운데 마지막 35번으로, 1959년생 개인이며 직업은 ‘경영인’으로 기재됐다. 같은 명단은 조합이 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인 11월 2일 보고서에도 그대로 실렸다.

남궁견 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되파는 방식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로, 업계에서는 ‘M&A 큰손’으로 불린다.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바뀔 때마다 언론이 붙이는 직함도 바뀌어, 2023년 휴마시스 인수 당시에는 ‘미래아이앤지 회장’으로 불렸다. 현재는 그가 지분 97.98%를 보유한 남산물산과 본인 소유 회사인 (주)엑스를 통해 판타지오 지분 27.32%를 쥔 최대주주다.
다만 ‘회장’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호칭일 뿐 공시로 뒷받침되는 직함은 아니다. 판타지오가 올해 제출한 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미래아이앤지와 인콘의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그의 이름이 임원 명단에 없다. 휴마시스의 2023~2025년 사업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지분으로 상장사를 지배하면서 등기임원으로는 어느 회사에도 올라 있지 않은 셈이다.
비엠씨컨소시엄은 2021년 10월 8일 기준 세종메디칼 주식 328만5580주, 지분율 8.0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1월 2일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보유 주식이 0주, 지분율 0.00%로 바뀌었다.
변동 방법과 변동 사유는 모두 ‘조합계정 합산 표기 및 장내매도’로 기재됐다. 조합원에게 주식을 현물로 입고한 것이 아니라 조합 계정에서 시장에 내다 판 것이다.
매도 시점은 세종메디칼의 호재성 공시 직후였다. 세종메디칼은 10월 19일 제넨셀 주식 66만주를 62억8980만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세종메디칼 총자산의 11.66%, 자기자본의 14.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비엠씨컨소시엄은 그로부터 8일 뒤인 10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보유 물량을 모두 털었다. 201만주를 5445원에, 128만주를 4159원에 매도했고 평균 단가는 4945원이었다. 조합이 정현국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장외에서 구주를 인수한 단가는 5대 1 액면분할을 반영해 3836원으로, 이 거래에서 남긴 차익은 36억원이다.
남궁견 회장은 기존 조합원이던 바이런이 출자한 지분 중 23만주를 주당 3836원에 받는 형태로 2021년 8월 조합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득 금액은 8억8228만원이며, 조합 평균 매도단가 4945원을 적용해 역산하면 매도 대금은 11억3735만원, 차익은 약 2억5500만원이다. 다만 조합원별 배분 내역은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남궁견 회장이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이틀 동안 다른 FI들도 움직였다. 21-13호 마사 신기술조합 제44호는 27일 395만주를 평균 5355원에, 28일 257만주를 4231원에 팔았다. 엠오비컨소시엄은 27일 435만주를 5392원에, 28일 417만주를 4227원에 매도했다. 세 조합의 평균 매도단가는 비엠씨컨소시엄 4945원, 21-13호 마사 신기술조합 제44호 4911원, 엠오비컨소시엄 5003원으로 비슷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매도인으로부터 같은 3836원에 구주를 받았다.
남궁견 회장은 세종메디칼 주가조작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딜사이트경제TV에 “투자했던 시점이 5년 전이라 구체적으로 기억은 안 나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투자를 했다”며 “조합에 자리가 있어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메디칼이 어떤 기업인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남궁견 회장 측은 법무법인 제하를 통해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에서 그는 비엠씨컨소시엄에 조합원으로 출자해 참여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조합원 지위를 취득한 경위의 세부 내용은 조합 내부와 개인 투자에 관한 사항이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세종메디칼 주식의 매수·매도 등 조합 운용 및 의사결정은 조합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를 주도하거나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조합 차원의 주식 매도를 개인의 개별 매도나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조합 참여 경로에 대해서는 지인의 권유로 투자한 것이며 해당 지인의 인적사항은 개인적인 관계에 관한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투자 당시 제넨셀 관련 진행 상황을 알고 투자했다거나 조합의 매도 결정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만 공시에 남은 기록은 그가 조합이 전량 매도를 실행하기 두 달 전인 2021년 9월 1일자 보고서부터 조합원으로 등재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궁견 회장은 휴마시스 주주 김모씨로부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김씨는 남궁견 회장이 휴마시스를 지배하는 동안 광산개발 등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마포경찰서에 접수된 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됐다. 휴마시스 주주연대도 같은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남궁견 회장은 해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김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남궁견 회장 측은 답변서에서 서울남부지검에 접수된 뒤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송된 사건에 대해 관할 경찰서에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6월 마포경찰서에 접수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된 사건의 처리 결과는 밝히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건 진행 현황은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는 소액주주가 제기한 고소·고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마시스에서의 역할에 대해 남궁견 회장은 “경영자문 역할을 수행한 것이며, 회사의 사업을 직접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광물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 추진은 당시 대표이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보수 액수에 대해서는 개인의 급여·보수에 관한 사항이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광물사업에 대해서는 짐바브웨 정부기관으로부터 적법한 인허가를 받아 실제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중단된 것은 2025년 6월경 짐바브웨 정부가 리튬 정광 수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현지에서 광물사업을 하는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 외부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물사업 관련 공시를 직접 진행하거나 내용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광물사업으로 주가를 부양하거나 시세조종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휴마시스 사건과 세종메디칼 사안은 별개이며, 남궁견 회장이 세종메디칼과 관련해 수사나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제넨셀 신속 심사 요청’ 논란…FI 이탈 뒤 주가 95%↓·상폐 기로
세종메디칼 투자를 둘러싼 의혹은 정치권으로도 번져 있다.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 후보자 측은 “식약처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은 없다”며 임상시험 심사를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의 요청 약 일주일 뒤 세종메디칼의 제넨셀 투자 결정이 나왔고, 다시 일주일여가 지난 뒤 식약처가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다.
FI들이 지분을 정리한 뒤 세종메디칼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수정주가 기준 2021년 연초 2000원대였던 주가는 그해 9650원까지 올랐으나,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주가는 412원이었다. 고점 대비 95% 넘게 떨어진 값이다. 제넨셀의 신약개발 성과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종메디칼은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주권 매매가 정지됐다. 거래소가 부여한 개선기간 중 전 대표이사의 배임·횡령 혐의가 제기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11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정리매매 개시를 안내했다. 회사는 다음 날인 12일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공시했고, 거래소는 정리매매를 보류했다. 거래소는 6월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시번복을 이유로 세종메디칼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했다.
법원이 거래소의 결정을 뒤집지 않으면 세종메디칼의 상장폐지는 확정된다. 3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 이 기사는 2026년 9월 11일 최초 보도된 뒤, 남궁견 회장 측이 9월 14일 대리인을 통해 보내온 답변서 내용을 반영해 보완했습니다.
